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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6시간' 계엄미스터리..참모도 내각도 패싱?[계엄 후폭풍]


[파이낸셜뉴스]
'혼돈의 6시간' 계엄미스터리..참모도 내각도 패싱?[계엄 후폭풍]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과 6시간 만에 맥없이 해제됐다. 야당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신속하게 의결했기 때문이지만, 대통령실 참모는 물론 내각도 배제한 독단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3분 긴급대국민담화에 나서기 직전까지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 모두 계엄 선포 계획을 알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 즈음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위시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 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을 계엄 선포 형식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계엄 선포를 통보 받아 정부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국방부 스스로 김용현 국방장관이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다.

실제로 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듯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김 장관은 직전 대통령경호처장을 역임한 데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나 극소수만 준비했던 탓인지 계엄군은 허술했다. 국회의원들을 막아내지 못해 계엄 해제 요구안이 빠르게 의결됐고,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반 즈음 다시 담화에 나서 계엄 해제 예정을 밝혔다. 사과는커녕 필요하면 다시 계엄 선포를 하겠다는 태세로 야당에 경고하며 담화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윤 대통령 독단으로 인한 계엄 해프닝을, 정작 계엄 선포를 통보 받은 데다 반대까지 했던 내각이 뒷정리 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도 해제도 내각은 결국 들러리에 그쳤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무력감이 느껴지는 상황 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각보다도 허탈함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