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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총구 잡은 안귀령, “팔 뿌리치다 보니…일단 막아야겠단 생각뿐”

계엄군 총구 잡은 안귀령, “팔 뿌리치다 보니…일단 막아야겠단 생각뿐”
무장한 공수부대 계엄군,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에게 총구 겨냥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파이낸셜뉴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총구를 잡고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BBC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함께 “국회에 들어가려는 의원들을 막기 위해 파견된 군인들과 마주한 한 여성의 모습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라고 설명하고, BBC 코리아가 안 대변인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안 대변인은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라며 “그냥 ‘일단 막아야 된다, 이걸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들었을 때 “공포감이 엄습했다”라고 이야기한 안 대변인은 “오후 11시 조금 넘는 시각에 국회에 도착했는데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밖에서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일단 대변인실 불을 껐다”라고 말을 이었다.

안 대변인이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수의 당직자와 보좌관, 시민들이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안 대변인은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막았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군인들이) 제 팔을 잡고 막고 하니까 저도 (군인을) 밀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의식적으로 총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붙잡는 팔을 뿌리치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며 “솔직히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만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특히 국회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군인들과 대치 중인 다른 많은 사람들을 보고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는 안 대변인은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라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계엄령 시위 중 무장 군인과 충돌 후 환영받은 한국 정치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안 대변인을 “철의 여인”이라 묘사하며 “안 대변인이 군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을 빼앗으려 한 뒤 용감하게 행동한 모습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 이 동영상은 800만회 이상 조회됐으며 SNS 이용자들은 안 대변인의 행동을 칭찬하고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