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계엄 사태로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강화되면서 주요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그간 금리인하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머니무브'가 나타났지만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다시 은행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수시입출금식 통장 포함)은 지난 5일 기준 610조2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600조2345억원)보다 10조619억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0.2% 수준인 예금이다. 3~4%대인 일반예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주로 투자하기 전에 돈을 모아두는 임시 거처로 쓰인다.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등으로 투자심리가 이동하면서 요구불예금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지난 10~11월 두 달 동안 15조원 이상 축소됐다.
요구불예금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계엄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수요가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연말에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연말 물품대금 결제 등의 요인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의 예금이 크게 중가했다"고 전했다.
반면 계엄 사태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예금은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환전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5일 기준)은 86조7700억원(609억31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87조1700억원(612억1700만달러) 대비 4000억원 줄었다.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한때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4일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은 86조2400억원(605억6100만달러)로 전날 대비 6억5600만달러(9300억원)이 이탈한 바 있다.
계엄이 조기에 해제되고, 금융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서며 환율이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5일에는 이탈세가 진정됐지만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여전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규모가 줄어들며 경기 대응 여력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외화자금조달 및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긴급 대응할 방침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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