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박정희 경제성과 분명하나 독재로는 지속 불가능"
"韓창의성도 원동력"…계엄사태엔 "민주주의 사수 의지 굉장히 고무적"
[노벨상 시상] 경제학상 로빈슨 "오늘날 韓경제발전 핵심은 민주화"
연합뉴스 인터뷰…"박정희 경제성과 분명하나 독재로는 지속 불가능"
"韓창의성도 원동력"…계엄사태엔 "민주주의 사수 의지 굉장히 고무적"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 (출처=연합뉴스) (스톡홀름=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낸 건 맞지만 한국이 오늘날처럼 번영하는 데에는 민주화가 핵심적이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한국에서 논란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칭찬할 건 칭찬해야 한다"면서 "자세히 연구해보면 그는 정말로 수출을 통한 경제 발전에 몰두했고, 그 시기 많은 성과가 있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가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의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점"이라면서 "운이 좋으면 10년 내지 15년정도 (발전이) 이어졌을 순 있겠지만, 독재자의 의지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화를 기점으로 분출된 한국민의 '창의성'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로빈슨 교수는 "박정희 정권 때의 경제발전은 조선업 및 철강업 육성이나 수출과 같은 것이었는데, 경제발전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보다 광범위하게 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케이(K)팝이나 영화 등 한국 문화산업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나 군사정권이 여전히 집권 중이었다면 상상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로빈슨 교수는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함께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다. 반대로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로빈슨 교수와 아제모을루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집필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 (출처=연합뉴스) 로빈슨 교수는 이같은 자신의 연구 내용을 최근의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적용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포용적 제도를 착취적 방향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다.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역사적으로도 포용적 제도를 훼손한 경우는 아주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철회 과정에 대해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재확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적인 로빈슨 교수는 내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여러 차례 공개 비판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를 믿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규정하고 "트럼프의 많은 정책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비논리적(incoherent)"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또다시 혼돈의 4년을 맞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성과를 내지 못해 4년 내내 지지율이 매우 저조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트럼프 2기의 경제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매우 공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미국의 동북아 최대 동맹인 한국, 일본에 유리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의 반(反)세계화적 정책은 결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도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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