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대규모 집회 다음날
국회 앞에서 밤샌 시민들
"이대로 화가 나 돌아갈 수 없어"
다음 시민 위해 이불 등 놓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모습 보여
8일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샌 시민. 사진=정경수 기자
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는 시민들. 사진=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막차도 끊겼고 화가 나서 도저히 돌아갈 수 없어, 국회 정문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지난 7일 세종에서 올라와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샜다는 서모양(18)은 이같이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불성립되며 무산되자, '윤석열 대통령 퇴진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결과에 반발하며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밤을 지새웠다. 서모양은 "어제 뉴스를 보면서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 다음날인 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은 100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한산했다. 그럼에도 국회 정문 앞에는 일부 시민이 자리를 지키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지난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국회 인근에서 '범국민 촛불 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집회 참가 인원은 100만명 이상이며, 경찰 측은 10만여명으로 추산했다.
국회 정문 한쪽에서 집회 후 밤을 샜다는 이모씨(25)는 인천에서 첫차를 타고 집회 당일 올라왔다. 이씨는 "친구가 금요일(6일)부터 철야농성을 했고 저도 도와주러 왔다"며 "어제까지 집회를 하고 가려했는데, 탄핵이 불발되면서 그냥 밤을 새기로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X(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시민들이 집회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8일 국회 5문 앞에 다음 시민을 위해 물품을 두고 가는 시민. 사진=정경수 기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일부는 밤을 새거나 다음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을 위해 가져왔던 물품을 넘겨주기도 했다.
국회 5문 옆에는 휴지와 이불, 돗자리와 과자 등이 쌓여 있었다. 지난 금요일 부산에서 올라와 이틀 연속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장지수(24)씨도 가져왔던 돗자리 등을 두고 갔다. 장씨는 "부산에서 금요일 아침에 올라와 그날 시위에서 밤을 샜다"며 "토요일 시위에서는 집회가 해산했던 11시에 빠졌다. 저는 오늘 내려가지만 다른 분들이 더 열심히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놔두고 간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은 국회 앞에 버려져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며 뒷처리에 나섰다. 김모씨(26)는 국회 앞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쓰레기봉투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었다.
김씨는 "어제 탄핵이 불발됐을 때 뒤늦게 도착했다"며 "집회를 보니 쓰레기를 안버리고 갔다. 오늘 집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미리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 봉투를 설치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 촛불행동 등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3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
8일 국회 앞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시민. 사진=정경수 기자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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