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부처, 韓 탄핵 무산에 일단 관망
국무부 "민주적 절차 작동 및 평화 시위 보장" 언급
美 전문가 "2차 계엄 강행하면 美도 개입할 수 있어"
9일 외환 시장 개장하면 원 가치 급락 우려
2022년 5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어구가 적힌 탁상 푯말이 놓여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 국회에서 진행된 대통령 탄핵 표결과 관련해 "민주적 절차"와 "평화 시위 보장"을 언급하며 일단 관망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현지 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2차 계엄령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포함한 주요 부처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성립 폐기와 관련해 따로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앙골라 출장 중 계엄령 선포 소식에 "지금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밝힌 뒤 이제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내년 1월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계엄령 선포 및 탄핵 표결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7일 한국의 주요 통신사들이 보낸 서면 질의에서 탄핵안 폐기와 관련해 "헌법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가 온전하고 적절하게 작동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같은 목적을 위해 한국 관련 당사자와 계속 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미국은 오늘 한국 국회의 결과와 국회 내 추가 조치와 관련한 논의에 주목했다"며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무부는 "우리 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전념하고 있다.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과 한국의 연합 방위태세는 여전히 굳건하며 어떤 도발이나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의 태도를 언급했다. 그는 과거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등을 맡았다. 차 석좌는"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 2차 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차 계엄이 강행될 경우 한국 민주주의에 "지독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국 증시와 경기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미국은 지금껏 신중한 태도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법치와 헌법적 절차로 위기를 해소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2차 계엄 선언은 미국이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손을 대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대표는 7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9일 서울 외환시장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원 가치가 탄핵 실패로 9일 장이 열리면 급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하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도 원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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