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이언주·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핵표결을 앞두고 밤을 지새운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에 1차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14일 탄핵안 재표결을 시도한다. 말 그대로 탄핵안이 처리될 때까지 무한정 재발의-재표결 절차를 밟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탄핵안 의결에 필요한 200명 의결정족수에 모자라는 '-8표'를 어떻게 가져올 지가 급선무다. 8표의 추가 획득 없이는 아무리 재발의·재표결을 시도해봐야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8일 야권에 따르면 현재로선 국민의힘 의원들 '소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전날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재적의원 300명 중 195명이 표결에 참여해 의결정족수(200명)에 못미쳐 개표도 하지 못한 채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폐기됐다. 투표 도중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의원 3명이 투표에 참여, 한 때 가결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나머지 여당 의원 105명 중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우선 민주당으로선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청이 빗발치는 '여론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표'를 먹고사는 국회의원들의 특성상 아무리 국민의힘 당론이 '탄핵 반대'라도 여론의 압박이 심해질 경우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탄핵 여론이 갈수록 비등해질 경우, 아무리 당론이라도 여당 내부에서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날 여당 의원 3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 자체만 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다음으로 탄핵에 찬성할 수 있는 여당 의원들을 '맨투맨' 방식으로 접근해 끈질기게 설득해 탄핵 찬성표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민주당이 전날 탄핵안 표결 전에 별다른 '여당 이탈표 확보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는 당 내부의 자성론을 토대로 한다.
정당만 다를 뿐 평소 학연, 지연, 혈연 관계에 다소 취약한 국회 인적 네트워크를 고리로 '전략적 접근'을 통해 여당내 이탈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초 여당의원 최소 8명 이상이 탄핵 참여를 선언한 상황에서 탄핵안 처리를 전략적으로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면서도 “탄핵이 불발된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여당 내부에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여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조경태 의원은 전날 투표 직전 "일단 한 대표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며 탄핵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와함께 전날처럼 여당내 의원 중에서 '소신투표'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시민사회와 민주당내 친명계가 주도가 된 성급한 탄핵안 발의가 결국 여당 내부 결집을 초래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내 한 비명계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서두르다 보니 (친명계와 시민사회가 탄핵안 발의의)명분과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조급하게 간 것은 사실”이라며 “탄핵 불발은 결과적으로 민주당도 의회 정치에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진인사인 우상호 전 의원은 최근 언론에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좀 빨랐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서 비밀리에라도 10표 이상은 확보해놓고 (표결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