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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1000명 만들겠다더니"..발길 '뚝' 끊긴 용리단길

"백종원 1000명 만들겠다더니"..발길 '뚝' 끊긴 용리단길
지난 9일 오후 한가한 용리단길.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계엄의 '계' 자도 꺼내지 마세요. 이미 온 손님마저 나갈까 봐 무섭습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장사가 잘되는지를 묻자 손사래를 쳤다.

A씨는 "저녁 술손님이 지난주부터 확 줄었다. 요즘 시국에 누가 회식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신흥 상권으로 떠올랐던 용산 일대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속히 냉랭해진 모양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용리단길에 자리 잡은 상인들은 지난 3일 이후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식당 주인 B씨는 "계엄 전보다 매출이 3분의 1이 줄었다"며 "계엄 선포 이틀 후로 예약돼 있던 단체예약 손님도 예약을 취소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C씨는 "국방부 직원들이 종종 회식하러 왔는데, 그나마 잡혀 있던 예약도 취소된 상황"이라며 "현재 특수한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안 그래도 장사가 잘 안됐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주 D씨도 "하루에 500명씩 오던 손님이 지금은 200∼300명으로 줄었다"며 "연말에 마음 편하게 술 마시러 와야 할 사람들이 나라 걱정에 여의도와 광화문으로 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일부 상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외식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직후 계엄을 선포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식당 '노쇼'를 막고 백종원 1000명을 육성하겠다는 등 지원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계엄령이 내려져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며 "안 그래도 연말 외식 경기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용리단길은 최근 2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임대료가 급격하게 올랐던 상권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용산역 상권은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소규모 상가의 임대가격지수(113.36)가 전국 2위 수준이었다.


용리단길 개척 주자 중 하나인 베트남 음식점 '효뜨'는 2019년 5월 용리단길에 입점해 월세 450만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5년만인 지난해 10월 월세를 1200만원으로 올릴 것을 건물주에게 제안받고 소송중이다.

최근에는 용리단길의 유동인구가 줄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용리단길'이 위치한 한강로 일대의 유동인구(골목 기준)는 2분기 기준으로 2022년(7만9493명)에 비해 2023년(15만5049명) 급격히 증가했으나 2024년(13만7159명)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