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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지킨 국가신용등급 '흔들'…최 부총리 "3대 신평사와 컨퍼런스콜"

최상목 부총리, F4 회의서 소통강화 밝혀
외국계은행 간담회…시장심리 안정 총력

10년 이상 지킨 국가신용등급 '흔들'…최 부총리 "3대 신평사와 컨퍼런스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4.12.10/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3대 (국제)신용평가사와 컨퍼런스 콜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F4회의는 비상계엄이 발동된 지난 3일 밤 긴급 개최 후 4일, 5일, 6일, 8일, 9일에 이어 이날까지 일곱번째 열렸다. 최 부총리는 회의 때마다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이날 시간, 공간 제약 없이 빠르게 한국 경제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컨퍼런스 콜(전화회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10년 이상 지켜온 국가신용등급이 정치불안으로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에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설명, 시장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날 F4 회의 후 나온 대응 방안도 대외 신인도 악화 최소화에 맞춰져 있다. 주한 중국 대사 면담, 국제 외국계은행 간담회, 글로벌 애널리스트 간담회 등을 기재부, 한은, 금감원이 추진한다.

韓 신용 우려↑…정부 "적극 대응"

기재부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발송했다. 컨퍼런스 콜 추진은 정부가 한층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 기업 외화조달 비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등급 하락은 이자비용 증대로 돌아오고 환율, 물가도 영향권이다.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을 받게 된다. 국내 주요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경고성'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피치는 지난 9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낮추면서 "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국가 신뢰도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도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높인 뒤 이를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2012년 이후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 S&P는 2016년 8월 이후 'AA,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대외금융자산 공개…시장심리 반전 모색

F4 회의 후 정부 당국은 "(한국은) 세계 9위 수준인 4154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과 9월말 기준 9778억달러의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대응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경제의 펀드멘탈과 대외자산 등을 감안할 때 대외건전성 우려는 과도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은 여전하다. 우선 이날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여야 합의 없이 처리가 예고된 감액된 2025년 예산안에 대한 신평사 평가가 주목된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그동안 감액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우리 재정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최 부총리는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줄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우리 재정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국가 신인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등 정책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국가신용 평가 때 문제 삼을 수 있다고도 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여서 한국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도 싸늘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단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탄핵 정국 속에서도 예산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도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산안 처리 방식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가산금리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매일 변화를 알 수 있는 CDS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는 국가 신용도와 경제 안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점진적으로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CDS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36bp(1bp=0.01%p)를 웃돌았다가 4일 35.75bp로 하락했다. 이후 5일 35.75bp, 6일 36.49bp를 기록했다.

국가신용등급 평가는 긴 호흡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1~2년에 한 번씩 국가신용평가 등급을 발표한다. 피치와 S&P는 각각 올해 3월과 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