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현진. 넷플릭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 무용 전공으로 국악고등학교 재학 중 우연히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다가 해체하면서 연기자로 전향, 장장 15년간의 무명 생활 끝에 드라마 ‘또! 오해영’으로 스타덤에 오른 대기만성 연기자. 인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사랑의 온도’, ‘뷰티 인사이드’, ‘너는 나의 봄’ 등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 서현진 이야기다.
서현진은 최근 MBC 예능 ‘무한도전’이후 7년 만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이때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가 자신 역시 “상처를 많이 받아봤기에 대본을 읽으면 그 캐릭터의 상처부터 보인다”고 말한 부분이다.
서현진은 또 2016년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이후 약 8년 만에 기자들과 라운드 인터뷰를 했다. 이러한 브라운관 밖 변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의 영향이 커보였다.
"노인지, 상냥한 사람이라 좋았죠"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김규태가 연출을 맡았는데, 서현진과 공유의 부부 연기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서현진은 이번에도 상처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차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드러낸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무표정의 메마른 얼굴로 감정을 숨긴다.
서현진은 극중 인격 살인을 당한 남자친구의 잠적으로 파혼한 뒤 VIP 기간제 결혼 서비스 회사에 취업한 '노인지'를 연기했다. 노인지는 남자친구가 잘못된 데에 죄책감을 갖고 그의 집을 매일 쓸고 닦으면서 돌아오길 무려 5년째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비밀스런 직장생활 역시 충실히 행한다. 네 번째 결혼을 마친 그는 어린시절 가정 폭력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 부인의 강요로 기간제 결혼에 나선 부유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공유 분)을 만난다.
서현진은 “인지가 시한부, 성소수자 등 어딘가 외로운 사람들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냥한 사람이라서 좋았다"며 "남을 위해 화도 낼줄 아는 여자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잘 돌보지 못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인지가 스스로 들어간 땅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보도스틸
노인지가 그 집에서 마침내 나오게 되는 마지막 결단은 서현진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줬다.
그는 "지금까지 살던 방식과 달리, 다른 쪽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는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요즘 어떻게 살지 계속 생각해요"
현장에서 연기에 임하는 마음 자세나 예능에 출연한 것도 연장선상이다.
서현진은 "전 안정 지향적이고 계획적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간표가 있었다. 근데 지금은 조금 벗어나 있다”고 돌이켰다.
"'트렁크'가 그동안 한 작품과 결이 다르니까 여기서만 하는 연기도 해보고 싶었죠. 좋은 연기자와 연출을 만났으니, 엔지(NG)가 좀 나면 어때, 감독님이 좋은 거 골라서 써주겠지 그런 마음도 생겼어요".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는 서현진은 "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가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고 튀어 보인다는 말 아닐까, 최대한 작품에 묻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며 "'더 보여줘야지’보다는 ‘조금 덜 해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보도스틸
서현진은 개인적으로 물건도 많이 버렸다고 했다.
“요즘 어떻게 살지 계속 생각해요. 이런 인터뷰를 안 하면 안락할지 모르겠지만, 대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 발 밖으로 나가야만 재밌는 일도, 스트레스 받는 일도 일어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서현진은 평소 집순이로 유명했다. 과거엔 일 끝낸 뒤 "오지 여행을 하는 것”으로 정적인 일상에 활기를 넣었다. 요즘은 운동이다. 여기에는 앞이 잘 안보여 돌아다니다가 어디 부딪힐까봐 노심초사인 13세 반려견을 돌보는 게 최우선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반려견 시더는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동행했는데, ‘트렁크’를 찍을 때도 늘 데리고 다녔다.
서현진은 "반려견을 돌보느라 '트렁크' 촬영 중 살이 많이 빠졌는데, 캐릭터의 상황과 잘 맞아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시더는 ‘트렁크’ 후반부에 노인지의 반려견으로 등장한다.
'시더도 함께 촬영하자'는 김규태 PD의 말에 "그래도 돼요?"라면서 누구보다 기뻤단다.
“‘트렁크’는 볼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선택, 어떨 때는 관계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남녀의 이야기같다가도 한 개인의 성장 이야기로 다가오죠".
그는 "인지 입장에선 전 남자친구 도하를 기다린 시간은 고인 물과 같지 않았나. 고인물은 썩는다"며 "마지막에 그 고인물 같았던 인지가 흐르는 물이 될수 있게, 인생이 흘러가게 해준 건 정원 같다. 인지의 삶의 태도가 내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보도스틸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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