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1000억, 신종자본증권 2000억
유증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4개월 만
NCR 등 재무건전성 지표 하락에 따른 조치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교보자산신탁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 오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를 동시에 썼다. 재무건전성이 눈에 띄게 떨어진 데 따른 복구 조치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지난 10일 이사회 결의로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78만7700주 발행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1000억9만400원이다. 지난해 8월 1500억원 규모로 실시한 데 이어 1년4개월여 만에 다시 자본 확충을 단행한 셈이다.
교보자산신탁은 같은 날 신종자본증권(사모) 2000억원어치도 발행했다. 모회사인 교보생명보험 등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만기가 30년 안팎으로 길어 영구채처럼 취급된다. 다만 유사 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는다. 발행자 입장에서 원금 이자 지급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는 유형이란 뜻이다. 특히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부채비율을 올리지 않는다.
교보자산신탁을 비롯해 부동산신탁 업계 전체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위기를 겪고 있다. 신탁사들이 앞서 대주단이 요청한 책임준공을 감내하면서까지 받아들인 만큼 지금 발생하는 사업장별 부실 역시 신탁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교보자산신탁의 한 토지신탁에서 약 330억원 규모 부실채권(NPL)이 발생했다. 이는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의 10.0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교보자산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 및 건설업 환경 악화’를 그 이유로 공시했다.
앞서도 2차례 부실채권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 9월 19일엔 393억원, 8월 19일엔 396억원 규모로 인식했다. 이번까지 하반기에만 총 3차례 부실채권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신탁사별 재무건전성을 끌어 내렸고, 교보자산신탁의 경우 그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지난해 말 1306.0%에서 올해 3·4분기 말 536.0%로 급락하는 등 절반 아래로 주저앉았다.
신탁계정대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같은 시점 4404억원에서 6772억원까지 뛰었다. 신탁계정대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하는 자금으로, 잠재적 부채로 인식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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