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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교과서 채택의무 사라지나… 법사위서 ‘교육자료’로 강등

野 개정안 통과… 본회의 의결 앞둬
이주호 나섰지만 현장반대 걸림돌
교과서 지위 잃으면 활용 적을듯
개발업체도 대규모 투자손해 우려

AI교과서 채택의무 사라지나… 법사위서 ‘교육자료’로 강등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3월 도입을 앞둔 AI디지털교과서(AIDT)가 교실에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 주도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학교에서는 AIDT를 채택할 의무가 사라진다. 지난 11월 말에야 검인정 절차가 끝나는 등 도입까지 과정이 급하게 추진됐고 교육 일선에서도 일찍부터 도입 지연을 요구한 상태다. 반면 적지 않은 개발비를 투입한 교과서 업체와 5만명이 넘는 교원 교육에 착수한 정부는 AIDT가 도입 초기부터 무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자료’라면…"안 써도 문제없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야당은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AIDT를 우선 참고 자료로 활용하며 추후에 학교 현장에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로 한가지를 채택해야 한다. 반면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들이 연습문제나 인터넷 도구 등을 수업에 활용하듯이 AIDT 역시 교과서의 부가자료로 활용되는 셈이다.

AIDT가 교육자료로 규정될 경우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 9월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관련 연수에 참여한 교사 17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4%가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연 가능한 수준의 AIDT 실물이 윤곽을 드러낸 시기도 늦었다. 발표 예정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3개월가량 늦어져 11월 말이 돼서야 공개했다. 신학기가 열리기 4개월 전이었다.

AIDT의 기능도 '참고자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시연에서 AIDT의 주된 기능은 '교사-학생 간 실시간 화면 공유','AI분석을 통한 수준별 학습 문제 제공' 등이었다. 시연은 모두 본 수업을 AIDT로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졌다. 서책형 교과서와 수업 시간을 나눌 경우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 "교육격차 줄여야" 설득 나서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AIDT의 지위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바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개정안은) AI 교과서 지위를 격하하고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만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한꺼번에 삭제하는 것"이라며 "교육 격차 해소나 교육 약자 보호를 위해서도 교과서 지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AIDT 실물이 나온 상태에서 교과서 지위가 없어질 경우 교육격차가 더 커질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에게 공통으로 보급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구매한다.

AIDT 개발과 도입에 들어간 비용도 적지 않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AIDT 활용을 위해 특별교부금 0.8%인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연수를 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도 AIDT 인프라 지원을 위한 에듀테크 소프트트랩(80억원) 등을 편성했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인 교과서 개발업체도 우려하고 있다. 교과서 도입을 위해 별도 사업부를 만들거나 운영·홍보·교육 등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한 업체들이다.
AIDT 특성상 도입 이후에도 AI기능 개선이나 학습문제 보완 등을 위해 미래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교과서' 지위를 전제로 투자와 사업계획을 세운 만큼 도입이 무산될 경우 손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설명했는데도 법안이 의결된 것에 유감"이라며 "아직 본회의가 남아있으므로 국회와 더욱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