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라진 두살 딸이 55년만에… ‘유전자 분석’으로 극적 상봉 [잃어버린 가족찾기]

지인에 맡긴 뒤 연락 끊겨 생이별
딸은 성씨·주민번호 바뀐 채 살아
유전자 등록 덕에 기적같은 재회

사라진 두살 딸이 55년만에… ‘유전자 분석’으로 극적 상봉 [잃어버린 가족찾기]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55년 만에 상봉한 이모(앞줄 오른쪽 첫 번째)씨와 가족들. 강남경찰서 제공
91세 어머니와 57세 딸. 어머니가 기억하는 딸 이모씨(57)의 모습은 2살때다. 이들은 55년만에 만났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등록한 유전자 등록 덕분이다.

이씨는 두 살 때인 1968년 11월 친부모의 지인이 사는 서울 성동구 집에 보내졌다. 생활고를 겪던 이씨 부모는 형편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만 지인에게 막내딸을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지인은 갑자기 전라도로 떠났다. 이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이후 온 가족은 생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지인은 이씨를 다시 자신의 친척 집에 맡겼다. 원래 홍씨 집안 딸이던 이씨는 지인의 친척 집 세대주 성을 따라 이씨로 바꾸게 됐고, 주민등록번호도 새로 발급받았다.

가족과 다시 만날 별다른 방도가 없어 50년간 엄마 품을 그리던 이씨는 2019년 3월 강남경찰서를 찾아 실종자 신고를 하면서 유전자를 등록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5월 포항남부경찰서에서 유전자를 등록한 이씨 어머니의 힘겨운 발걸음은 모녀 상봉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모친 유전자 등록 과정에서 이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올 8월쯤 이씨 유전자를 한 번 더 채취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대조를 의뢰한 결과, 모녀 관계로 최종 확인된다는 통보를 받고 상봉 자리를 마련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04년부터 장기실종아동 등과 가족 간 유전정보를 비교·대조해 혈연관계를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이씨처럼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도 유전자 대조를 통해 강덕자씨(82)와 그의 딸 김미정씨(57)가 52년 만에 재회했다. 1972년 경남 통영시의 항구에서 놀다가 부산으로 가는 배에 홀로 탄 김씨는 그길로 가족과 헤어졌다가 유전자 등록으로 다시 가족 품에 안겼다.

4세에 가족과 헤어지고 3년 뒤 입양된 김장미씨(58)는 성인이 되고 나서 30년 동안 가족을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세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정보가 부족해 쉽지 않았다. 그러던 김씨는 지난 7일 어머니인 김명임씨(80)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김명임씨가 지난 2017년 유전자를 등록한 덕에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들은 광주 남구 충현원에서 54년만에 마주했다고 한다.


경찰은 유전자 등록 시스템을 더욱 확충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유전정보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해 올해 작업을 마무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전정보 분석 특성상 초기에는 일치건이 많지 않을 수 있으며 많은 데이터가 누적돼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부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