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청과·화훼 영세농가 황금알 '밭작물공동경영' 아시나요

농가 '규모의 경제'로 생산혁신
일괄방제·공동 자동선별기 도입
일손부족 해결 품질 경쟁력 향상
정부, 공동경영체별 10억 지원
전남 남원 인월·아영·산내면 관할
지리산농협 '흥부골 포도' 대박
2022년 사업참여후 출하량 늘고
포도 1㎏당 수취가격 30% 올라

청과·화훼 영세농가 황금알 '밭작물공동경영' 아시나요
"포도 농사에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통한다.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 지원사업(밭작물공동경영체사업)으로 자동 포도 선별기를 구매해 더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하고, 인건비를 줄여 더 큰 수익을 올렸다." 전북 남원시 지리산농협 정대환 조합장은 24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리산농협은 '지리산 흥부골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남원시 인월면·아영면·산내면 3개 면을 관할하는 농업협동조합이다. 본점은 인월에 있고, 나머지 2개 면에는 지소가 있다. 조합원은 2638명, 임직원은 78명이다. 지리산농협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으로 밭작물공동경영체사업 우수 경영체에 선정됐다. 정 조합장은 "굵은 포도 알이 단단하게 모인 특등급 포도처럼, 이 사업을 통해 농가 수익이 확실히 늘었다"고 강조했다.

■aT 주관사업으로 농가 소득 '쑥쑥'

밭작물공동경영체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그리고 지자체가 주관한다. 농협·농업법인 등 농업경영체가 직접 시행하는데, 영세 농가가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화와 규모화를 유도하고 공동 이용 농기계나 시설·장비 등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각 공동경영체별 최대 10억원(국비 5억원, 지방비 4억원, 자부담 1억원)을 지원하면, 협동조합은 이 자금을 활용해 재배 기술 교육을 하고 자동 선별기를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정 조합장은 "일반적인 지원 사업은 지원 품목이나 방법이 이미 정해져 있지만, 공동경영체사업은 실제 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 사업을 조사해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와 aT의 지원으로 지리산농협은 농가 소득을 크게 높였다. 지리산농협이 지난해 농협 측에 출하한 총 취급액은 약 45억4400만원으로, 사업을 지원받기 전인 2021년(약 39억3000만원) 대비 15.6% 늘었다. 매출이 오른 이유는 농가 수가 105명에서 124명으로 증가했고, 자동화·공동화로 생산 효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 조합장은 "2021년 사업 시작 전 포도 1kg당 평균 수취가격이 7000원이었는데, 사업을 본격 시작한 2022년에는 8500원, 지난해에는 9200원으로 올랐다. 2021년 대비 30%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계 도입해 인건비 절감

지리산농협은 정부 지원금 10억원을 투입해 방제기, 중량 자동 조합 선별기 같은 농기계와 설비를 마련했다. 농가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해, 일괄 방제와 공동 선별로 생산비와 노동력을 절감했다. 특히 포도 전문 방제기를 도입해 작업량이 줄고, 방제 효과도 향상됐다. 또한 약 6억원을 들여 중량 자동 조합 선별기를 마련해 일손 부족 문제를 크게 덜었다.

정 조합장은 "비용을 가장 많이 아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인력 운영"이라며 "예전에는 포도를 선별하기 위해 일일이 사람 손을 써야 했지만, 이제 기계가 알아서 선별해주니 인건비가 줄고 농가 수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산물은 수확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선별, 포장, 유통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면 농가가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 즉 수취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 농가 역량 강화

밭작물공동경영체사업은 영세 농가를 묶어주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지리산농협은 이 사업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재배 기술 교육(연 7회), 조직화 교육(연 3회), 현장 컨설팅(연 8회)에 쓰며 농가 역량을 키우고 있다. 정 조합장은 "옛말에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며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 내는 지원보다는, 농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가들이 서로 협력하니 중복 지출을 줄이고 품질을 높였으며, 유통 환경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산지 경쟁력도 높이는 비전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