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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엄의 청구서

[기자수첩] 계엄의 청구서
이환주 생활경제부 기자
보통 경제 관련기관들이 월드컵, 올림픽 같은 글로벌 행사 유치를 전후해 그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추정해 발표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 관광객 방문에 따른 직접소비 효과는 물론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간접효과 등을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약 16조원, 2021년 도쿄 올림픽은 200조원, 2024년 파리 올림픽은 약 15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계엄의 가격표는 얼마일까. 계엄은 올림픽과 같은 글로벌 이벤트와 반대로 우리 경제에 '수익'이 아닌 '비용'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11월까지 1300원대 후반이었지만 계엄 후 1400원대 중반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6조원인데 계엄으로 인한 환율효과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연간 6조원 가까운 GDP 손실이 우려된다. 한국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은 이달 20일 기준 계엄 전(3일)과 비교해 약 89조원이 증발했다. 우리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일종의 이자처럼 내야 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도 계엄 후 2.7bp 정도 증가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내년도 국고채 발행규모가 168조원가량인데 1년에만 이자가 수백억원이 더 들고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일단 직접적인 계엄의 청구서만 수십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계엄으로 인해 위축된 연말 소비심리, 대통령 탄핵 국면에 따른 국정공백과 대미외교의 대응 실패, 이후의 관세 부담 가중에다 한국은 더 이상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이미지 훼손, 관광객 감소에 따른 관광수익 악화가 우려된다. 만에 하나 탄핵이 이뤄진다면 이후 조기대선을 위해 치러야 할 각종 세금과 비용 등 간접적 비용도 열거할 수 없이 많다.

우리 정부가 2016년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막대한 보복조치를 시행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영업중단 조치를 당하거나 매장을 철수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기업과 한국 관광산업이 입은 총피해 규모는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계엄의 가격표는 적어도 사드 이상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 GDP 킬러'라고 칭하며 "(계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자들에게 '죄의 청구서'를 돌려줘야 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