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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재판관 실명 공개… 탄핵심판에 변수되나[헌재 '소수의견' 논쟁]

법 개정으로 결정문에 기재해야
노무현 기각땐 소수의견 비공개
박근혜 인용땐 전원일치 파면
헌재, 27일 첫 변론준비기일

'소수의견' 재판관 실명 공개… 탄핵심판에 변수되나[헌재 '소수의견' 논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공개하는 것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법률에 명시돼 있다고 해도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소수의견이 적시된 적이 없었고, 정치적 대립과 여론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헌법재판관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법조계 역시 "극단적 진영논리에 소수의견을 밝히는 데 중압감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나온 적 없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법은 제36조 3항에서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수와 다른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의 견해도 결정문에 써야 한다는 의미다.

전원일치 판결이 이뤄지지 않을 때 소수의견은 통상 주목도가 높다. 결론을 뒤집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논박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견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견 표시 문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먼저 불거졌다. 당시 법 조항은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만 명시했다. 이로 인해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소수의견을 넣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는 이듬해 일부 심판을 '심판'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해 가결했다.

이후 헌재가 심리한 첫 탄핵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탄핵 찬반 재판관 실명이 결정문에 남게 되는 상황이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문에 소수의견이 적시되진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소수의견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전원일치 판결로 귀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 "진영논리에 압박 클 것"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서도 재판관들의 소신에 따른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있다. 특히 최근 여야의 정치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고, 여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게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소수의견이 기록되면 사실상 처음이 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즘은 극단적 진영논리로 자신의 편과 반대편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분위기"라며 "이 속에서 헌법재판관이 소수의견을 밝히기에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반대 입장에서는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기재되지 않으면 충분한 논의를 거쳤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오히려 소수의견이 담겨야 설득력 있고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부 여론에서 재판관에게 특정 의견을 내야 한다며 겁박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면서도 "재판관들도 계속해서 소수의견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와서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의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학자들은 헌법재판관들이 외부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펼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이겨내고 자기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역량과 내적 강인함을 갖추고 있다고 추정되기에 헌법재판관에게 장관급 대우를 하는 것"이라며 "분위기 때문에 소수의견을 못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풀이했다.

전직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노희범 변호사도 "분위기 때문에 못했다는 건 재판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법적으로도 재판관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7일 오후 2시 윤 대통령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내년 4월 18일 이전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그 미만이면 주문 선고 직후 대통령직에 공식 복귀하게 된다.

one1@fnnews.com 정원일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