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주필,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을 만나 미래인재 육성 방향을 묻다
대학은 최고 인재육성 책임 있어
기업에 러브콜 받는 대학이 필요
최첨단 기술로 재편되는 산업계
미래연구 중장기 인재 육성 중요
은퇴 우수 인력을 대학으로 영입
의대 버금가는 공대 만들수 있어
지난 23일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오른쪽)과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이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김 총장은 한국의 인재들이 의대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어 이공계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올 한 해 교육계와 산업계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질주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로 급격한 재편을 맞고 있는 산업계와 달리 우리나라 최상위권 인재들의 눈은 모두 의대 진학에 쏠렸다. 증원 영향으로 내년 의대 신입생은 4500여명에 이를 전망이며, 최상위권 학생 대다수를 흡수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우리나라는 12대 첨단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올해 삭감을 맞았던 예산 역시 내년 24조8000억원가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돌아왔다. 기술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곧 선진국 반열에서의 퇴출을 의미하는 시대인 만큼 주요 분야의 연구를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미래 연구를 책임질 중장기 인재 육성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교육과 산업이 갈림길에 서 있는 가운데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오히려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대학으로 발돋움을 이뤄낸 학교다. 산학협력을 맺은 기업·기관은 2000여개, 학내 산학협의회도 82개에 달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3일 김동환 서울과기대 총장과 특별대담을 갖고 이공계 인재 유치와 대학에서의 미래 기술 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총장으로서 벌써 1년여를 학교와 함께했다. 그간 소기의 성과와 역점사업이 있다면.
▲서울과기대는 첨단 연구를 지원하며 첨단 조직과 연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학이다. 대한민국 산업사회는 지금 '첨단산업'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고, 그에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의 대학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산업이 어떻게 갈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수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 협력체계를 갖춘 대학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강조하고 준비를 해온 1년이었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종말 위기를 맞고 있는데 대학의 교육도 변화하고 있나.
▲앞으로 첨단 연구인력은 결국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인적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한데 첨단연구 중심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은 대학원 체계를 확실하게 정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과제다. 고도화되는 인구구조 속에서 최고의 인재를 키워내는 책임은 대학이 지니고 있다. 우리가 '퍼스트 무버'로 나가기 위해서는 뒤따라오는 경쟁자들을 어떻게 제치고 올라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전통적 제조업으로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고, 빠른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분야의 무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절대적으로 국가 지원을 쏟아붓고 있고, 이스라엘의 경우 모든 인적·정책적 자원을 첨단문화에 맞춰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산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줄어드는 인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과기대만이 느끼는 위기감은 아닐 텐데 어떤 대처를 하고 있나.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출생자가 30만명 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률을 70% 수준으로 놓고 보면 20만명가량이 대학에 갈 텐데, 수도권 대학 정원이 이미 18만명이다. 지방은 이미 위기를 겪고 있을 것이고, 수도권을 비롯한 우리 역시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산업체계는 5000만 국민에 맞춰져 있는 만큼 절대 인구수가 부족한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외국 학생을, 특히 이공계 유학생을 한국에 유입시켜야 한다. 정부에서도 30만 유학생 유치를 위한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 유입에 힘쓰고 있다. 서울과기대 역시 우수 학생들을 먼저 선별해 고등학교를 마치는 동시에 찾아가 만나 입학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부족한 어학능력은 1년여간 집중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뒤로도 서울과기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까지 유도해 첨단인재로 졸업하기까지의 교육을 서울과기대가 책임질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빈자리'로 남아 있는 중소·중견 기업의 일자리를 채울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졸업 이후 취업까지도 대학에서 연계하는 일자리뿐 아니라 전문 취업업체를 통한 구직도 지원하고 있다. 약 10년 안에 우리나라는 이공계 인력 부족이 현실화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인력 배출부터 수급까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셈이다.
―정작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왜 의대를 가고 싶어 하나. 딱 두 가지 측면뿐이다. 우선 돈을 잘 번다. 그리고 평생 직업으로 안정성이 갖춰진다. 그 두 가지 요소를 공대에서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물론 모든 곳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수 인력의 정년을 없애는 것이다. 대기업·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최고 수준의 기술자·개발자에게는 평생 직장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규정상 은퇴연령은 60세인데, 이분들이 은퇴 후 대부분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미국·중국으로 떠나버린다. 은퇴한 엔지니어들을 다시 대학에 오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실천적인 교육을, 체계적인 교육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국가가 일정 부분 재정지원을 해서라도 대학에서 모실 수 있게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경제적 보상 역시 IT 첨단분야 인재들의 월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다. 첨단인력의 인건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에 나서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시적이라도 의료인력에 버금가는 수준의 보상을 줄 수 있다면 공대가 가진 매력이 충분히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다.
―올해부터 확대된 '무전공'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큰 틀에서는 1학년 때 전공 없이 입학한 다음 여러 가지 학과의 형태, 학습 등을 경험한 뒤 본인 취향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현재 자율전공 제도의 핵심이다. 서울과기대의 경우 학과 제한 없이 다 수업을 듣게 하고 그 이후 판단해서 원하는 학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수능 결과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다 보니 1·2학년 때 전과나 자퇴를 결심하는 학생이 생겨나던 것을 해결할 수도 있다. 대학의 수용성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긍정적으로 본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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