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 경보 후 조종사 비상착륙
지방공항 만성적자가 원인 아닌가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항공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외벽을 들이받았다. 탑승자 총 181명 가운데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기는 이날 오전 8시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1번 활주로에서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했고, 착륙을 다시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동체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대통령 탄핵의 국정공백 속에서 일어난 무안 사고는 1997년 괌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최악의 항공기 사고다. 그동안 항공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는 큰 사고가 없었는데 또 대형사고가 나고 말았다. 비상착륙으로 미처 손쓸 시간이 없었으나 인명피해를 줄이지 못해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당국의 1차 조사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손상으로 추정된다. 관제탑의 조류충돌경보 직후 조종사는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물론 블랙박스를 수거해 기체 결함 때문인지도 조사해 봐야 한다.
만약 조류 충돌이 맞는다면 공항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방공항들은 이용객이 적어 건설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이라면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이다. 비행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조류 퇴치는 공항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일단 조류 충돌로 원인을 추측하고 있지만 다른 원인도 있는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사고기는 엔진 폭발로 랜딩기어가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다른 비상 안전제동장치 작동 여부를 비롯, 기체 정비와 구조적 결함 등 시스템상 문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
조류 충돌과 같은 안전사고에 사전 대응하지 못한 점과 관계당국의 안이한 판단이 없었는지, 안전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활주로가 3㎞ 이상인 김포국제공항 등에 비해 짧은 2800m 활주로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차제에 지방공항들의 운영실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다수의 지방공항들은 정치논리에 의해 선거공약을 거쳐 건설되기도 했는데 무안공항도 그중 하나다. 한 시간 거리에 광주공항이 있는데 무안공항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반대가 많았었다. 3000억원을 들여 2007년 완공한 무안공항은 양양공항 등 다른 지방공항과 마찬가지로 만년 적자를 겪어왔다.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적자 누적 등으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지방공항은 무안공항만이 아니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10개가 만성적인 적자를 겪고 있고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린다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지방공항을 건설하는 계획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조류 사고를 막으려면 관련된 인력이나 장비가 필요하다. 적자 누적은 관리 부실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의 원인도 관리 부실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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