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강남시선] 2025년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다

[강남시선] 2025년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다
정지우 사회부장
2024년은 국민 모두에게 고통과 충격을 남겼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의 대형 참사는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고, 남겨진 이들을 절망에 빠트렸다. 안전불감증은 팽배했고 시설 관리는 미흡했으며 국가적 안전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적 혼란을 극대화하며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가중된 경기침체는 국민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절망과 비통의 해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참사는 사회적 안전망의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종사의 항공기 착륙을 돕기 위한 설비는 부서지지 않는 콘크리트였고, 조류 예방시설은 없었다. 무안공항을 관리할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는 8개월째 공석이며, 저비용항공사(LCC)는 급성장하면서도 안전투자에 소홀했다. 국가적 시설이었으나 안전보다 효율을, 생명보다 비용절감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점차 확인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안겼다.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모습에 국민은 깊은 실망감을 느꼈고, 이는 지도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경제 위기 역시 국민들의 삶을 무겁게 짓눌렀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환율, 불확실한 수출환경은 경제 전반을 위축시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생존의 기로에 서 있고, 많은 가정은 빚더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책임 회피와 당파적 논쟁,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2024년이 완전한 암흑은 아니었다. 참사 현장에선 절망의 고통을 나누기 위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공항 철조망 곳곳에선 희생자의 편안한 휴식을 바라는 소망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12·3 당시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여의도로 집결한 시민들은 비상계엄을 해제시키는 실질적 힘이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일터를 지키는 근로자와 이웃을 돕는 손길은 우리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의 불씨다.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2025년에는 이 불씨를 살려 다시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비극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사고 예방을 위해 항공업계 전반의 안전 투자와 정부의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전 국민이 안전의식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 강화도 절실하다.

정치권의 책임 있는 개혁도 필요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실질적인 변화와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파적 논쟁을 넘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이번 혼란의 원인으로 지목된 권력남용과 정치적 책임 회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회복과 혁신 역시 필수다. 정부는 물가안정,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야 하며 민간부문은 기술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과 국제무역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재정지원과 세제 혜택 같은 현실적 지원책 또한 있어야 한다.

2025년은 단순히 한 해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적 도약의 원년이 돼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고통 속에서도 보여준 연대와 희생 정신은 이미 우리에게 큰 자산이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행동과 변화로 이어가야 할 때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 기업 모두가 협력한다면 과거의 아픔을 딛고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