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12.19. ks@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새해 첫날인 2일 원·달러 환율은 1466원선까지 떨어졌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불안으로 원화값은 추락을 거듭, 1500원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례적으로 5.9원 떨어진 1466.6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 하락(원화값 상승)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정치불안과 분리된 경제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에 시장이 상당 부분은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해 말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총재는 "최 권한대행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 비판을 하는 분들은 최 권한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만큼은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서 간다는 우리의 논리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특히 여·야·정이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중 2명을 임명한 것을 두고 정치적 비판이 쏟아지자 경제 논리를 내세워 방어막을 펼친 것이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당초 신년사 원고에 있는 내용보다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원고에는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에둘러 표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 대행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이 총재는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도 최 권한대행과 함께 한 총리를 찾아 헌법재판관 임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가 이처럼 정치 불안에도 경제시스템 안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비상계엄, 탄핵정국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치 상황 속에서도 시장심리 안정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환율은 떨어질 줄 모르고 상승했고 대표적인 국가신용도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CDS 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35.75bp(1bp=0.01%p)였지만 올 1월1일 현재 38.15bp로 상승했다. 국가신용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최 권한대행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 구성원인 이 총재로서는 이같은 불확실성 지속 상황에서 경제 프로세스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최 권한대행과 이 총재는 대외신인도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현안에도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가 지난해 9월 한은 총재로서 처음으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구조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동안 다져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라는 게 주변 평가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운 최 권한대행을 대신해 F4 회의를 직접 주재한 바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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