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안정·자본유치
세계국채지수 투자 인프라 개선
RFI 기업 수출입대금 환전 허용
외환시장 야간 시간대 거래 확대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국채 매입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자본 유입을 늘려 환율을 안정시키고,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선안을 통해 외국인이 한국 국채에 투자할 때 겪던 번거로운 계좌 개설과 결제·보고 과정이 훨씬 단순해질 전망이다.
2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중 하나는 '세계국채지수(WGBI) 투자 인프라 개선방안'이다. 기존에는 국채통합계좌를 활용하더라도 하위펀드 또는 법인별로 각각 계좌를 열고 주문과 결제를 진행해야 했다. 해외 자산운용사가 여러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각각의 펀드마다 별도로 매매·결제·보고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별 펀드 단위가 아니라 글로벌 수탁은행 혹은 자산운용사 단위로 통합매매 방식이 적용된다.
정부는 국채시장에 대한 해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판매 모델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매수하려면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낯선 금융 시스템을 접해야 해 진입장벽이 높았다.
이제는 글로벌 은행이 해외 투자자의 주문을 받아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를 연결해 주는 체계를 확립한다. 예를 들면 해외 투자자는 씨티은행이나 HSBC 같은 글로벌 은행에 "한국 국채를 사고 싶다"고 주문하면 되고, 이 글로벌 은행이 국내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국채를 매수한 뒤 다시 해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정부는 국내 은행에도 해외 마케팅 권한을 부여해 직접 외국 투자자를 상대로 국채 관련 영업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외환거래 면에서도 문턱을 낮춰 해외자본이 국내로 더 유연하게 흘러들 수 있게 한다. 기존에는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으로 지정된 해외 금융기관이 주식·채권과 관련된 환전업무만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기업들이 수출입대금을 결제하거나 해외법인의 임금을 송금하는 등 다양한 거래에도 제약이 많았다.
정부는 RFI의 영업범위를 확장해 수출입대금 환전 등 경상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를 지원하도록 허용한다. 다국적 기업이 RFI를 통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출대금을 받아 환전하더라도 문제가 없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외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야간시간대까지 포함해 자유롭게 원화와 달러를 교환할 수 있어 환시장의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각에 맞춰 익일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량은 낮시간대보다 현저히 적어 실효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이번에는 국내 금융회사나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자동 알고리즘(eFX)을 통해 야간시간대에도 활발히 주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명확히 했다. eFX란, 금융사가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소액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자동으로 시장에 내보내는 시스템이다.
이번 조치는 고환율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해외자금 유입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막고,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외국인이 한국 국채나 주식·채권을 사려면 달러 등 외화로 원화를 교환해야 하므로, 자연스레 달러가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는 원화 수요를 촉진, 환율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외환시장의 거래시간과 참여자 수가 늘어나면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완화되어 변동폭이 줄어든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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