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감도는 대통령 관저
"리더십 부재에 더 큰 혼란 올것"
"尹 버티기는 법질서 훼손 행위"
탄핵 찬반 시민들 관저 앞 몰려
경찰, 도로점거 지지자 강제해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정문 앞 도로에 누워있는 지지자들을 경찰이 해산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애국 운동하는 사람 아니면 집에 가세요" "세상 똑바로 봐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은 구속영장의 불법을,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측은 발 빠른 영장의 집행을 외치면서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지만 감정이 격화될 경우 양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다.
■尹 거취 두고 둘로 쪼개진 한남동
이날 관저 앞 인도에는 '부정선거 OUT, 입법독재'란 푯말을 든 보수 지지자들과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이란 푯말을 든 진보 지지자들이 각자의 세력을 불리며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경찰은 이들 사이에 이격을 만들어 바리케이드를 치고 상대방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보수 지지자 A씨는 "이것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라고 혼잣말하며 관저 입구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공산주의가 판치는 나라를 물려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왔다"며 "영장이 집행되면 내 몸 불살라서도 막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보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막는 것이 한국사회의 안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로서 보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관저 앞에 왔다는 이모씨(67)는 리더십의 부재를 우려했다. 그는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나라는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며 "국민이 대표자로서 뽑은 사람을 자신들 맘에 안 든다고 체포하겠다는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버티기'가 법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모씨(60대)는 "법조인이었던 윤 대통령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불법이라고 폄훼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자신이 정말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을 직시하고 뉘우치는 마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찰, 400여명 투입·2중 차벽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이날 정오부터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진보진영인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같은 날 오후 2시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맞불 기자회견을 관저 앞에서 개최했다.
신자유연대 집회에는 당초 예상한 인원인 3000명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다. 신고된 집회장소인 국제루터교회 앞 2개차선을 넘어서 블루스퀘어 앞 인도와 한남초등학교 앞 골목길 등에까지 인파가 진을 쳤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 같은 날 오후 3시 기준 6개 기동대 400여명의 경찰인력을 대통령 관저 주변에 배치했다. 또 양측 시위대들의 ''분쟁 지역'인 관저 입구 4개 방면에는 바리케이트를 이중으로 설치했다. 관저 입구를 중심으로 남북 250m가량의 한남대로변에는 차벽 두 개를 쌓아놓고 충돌을 차단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세력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감정이 격해지는 것 같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고 전했다.
다만 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 드러누운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지지자 20여명을 도로 밖으로 이동시키는 상황도 벌어졌다.
경찰은 또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의 유튜버와 충돌했다. 기자들과도 다소 신경전이 벌어졌다. 다만 경찰의 강제해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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