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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막힌 시중은행, 기업금융서 돌파구 찾는다

작년 잔액 53조 늘며 재미 쏠쏠
중소기업 전담 지점장 배치 등
올해도 기업대출 영업 집중할 듯

가계대출 막힌 시중은행, 기업금융서 돌파구 찾는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 잔액이 53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대출 경쟁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은 올해도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연초부터 우량 자산 중심의 기업대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검증된 영업통을 인사에서 전진 배치하고, 일부 은행에서는 소상공인 대출을 담당하는 SME사업부와 소호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기업대출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개인사업자 대출 제외)은 715조49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661조8424억원)보다 53조2072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기업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는 지난해 연초부터 기업대출 확대에 나선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1년 동안 총 19조3209억원 증가하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업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건 우리은행(13조7214억원)과 지난해 4월부터 기업대출을 본격적으로 늘린 KB국민은행(11조6687억원)도 10조원 이상 늘었다.

올해도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에서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전략적 영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주주와 약속한 밸류업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이 높은 영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4대 금융지주가약속한 밸류업 정책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과 보통주 자본비율(CET1) 13% 이상 달성을 전제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RWA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우량 자산 위주로 자산을 확대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지난 연말 행장, 부행장, 본부장 등 경영진 인사를 통해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영업통' 중심의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 입행 이후 지점장, 영업본부장, 총괄그룹장 등 영업 현장을 두루 거친 '야전사령관'으로 꼽힌다.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재무통'인 동시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영업통'으로 평가받는다.

하나은행은 영업본부 지역대표로서 우수한 성과를 낸 4명을 부행장으로 승진시키고, 지점장 12명을 본부장으로 등용했다. 신한은행은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지원부문을 개편했다. 우리은행은 인근 영업점 5~6개를 묶어 공동영업·합산평가하던 제도를 폐지하는 등 영업력을 높이기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우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소호 대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일부 영업점에 중소기업(SME) 전담 지점장을 배치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 기업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소호사업부를 신설해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 대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