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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국 15개 공항 시설·운영 실태도 시급히 점검해야

로컬라이저 등 무안 참사 문제 확인
여수·포항공항 등에도 유사 시설물

[fn사설] 전국 15개 공항 시설·운영 실태도 시급히 점검해야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파편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제주항공 참사 원인이 총체적 인재(人災)였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남 무안공항의 적절한 시설 관리와 정확한 조치가 있었으면 17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때늦은 분석이다. 사고기가 충돌한 방위각구조물(로컬라이저) 둔덕이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었으면, 착륙하는 이른 아침 시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새떼를 제대로 퇴치했다면 하는 것들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무안국제공항 사무실과 관제탑,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에 대해 2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시설물 관리, 항공기 정비 등과 관련해 공항과 항공사의 법적 책임이 없는지 조사하고 밝혀내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현재까지 드러난 참사 원인 중에는 활주로 끝에 있던 4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단단한 구조물이 없었다면 탑승인원의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 구조물이 국제표준에 맞는지 따져봐야 하고 건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여수, 광주, 포항공항에도 유사한 단단한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설치규정에 맞는지 검토 중"이라며 이제야 규정 타령을 하고 있다.

안전점검 조치가 제대로 됐었는지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사고기는 사고 이틀 전부터 중국 베이징,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등 여러 노선에 바쁘게 투입됐다. 제주항공은 "모든 점검을 수행했다"는 입장인데, 법에서 정한 비행 전후 점검 규정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이상도 자세히 따져야 할 것이다. 철새도래지가 인근에 4곳이나 있는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10여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퇴치 담당자가 고작 4명이고, 사고 당시엔 근무자 1명이 담당했다.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이른 아침에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국제선 항공노선이 개설됐다면 그에 맞는 담당 인력과 장비를 확충한 후 가동에 나서야 했다. 관제 또한 국제공항에 맞는 역량을 갖추고 비상대처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철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무안공항은 개항 17년째이지만, 국제선 정규노선 운항은 고작 사고 3주 전에 시작됐다. 활주로 확장공사도 완료되지 않아 실제 가용 활주로가 더 짧았다. 시설과 인력 확충 등 국제선 정기운항에 필요한 여러 조치를 충분히 끝내지 않은 채 국제선 운항을 서둘러 허가했다면 그 자체로 사고를 유발한 원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국은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무사안일에서 비롯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운영상,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항을 허가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인재임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15개 공항에서 항공기가 하루 2000여회 이착륙 중이다. 다른 공항들도 공항 시설이나 운영, 항공기 정비에 문제가 없는지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