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2020년 3월 20일(현지시간) 한 남성 고객이 포도주 진열대에서 포도주를 고르고 있다. AFP 연합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국장이 2023년 10월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패널로 참가해 토론하고 있다. 머시 국장은 3일 음주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술 병에 부착하도록 법을 바꾸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AP 뉴시스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국장이 3일(현지시간) 술병에 음주 경고문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하루 한 잔 미만의 음주라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머시 국장은 강조했다.
특히 음주는 흡연, 비만에 이어 피할 수도 있었던 암을 유발하는 세 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머시는 지금도 음주운전 등의 경고 문구가 술병에 붙어있지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는 없다면서 이런 암 유발 가능성을 술병에 붙이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에서만 한 해 2만명 사망
머시 공중보건국장(U.S. Surgeon General)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의회에 음주 경고문에 암 유발 가능성까지 더하고, 더 잘 읽을 수 있도록 경고문도 더 크게 만들어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지금도 맥주, 포도주, 위스키 등 주류에는 음주 경고문이 붙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음주 운전 위험이나 임산부가 술을 마시는 것이 위험하다거나,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등의 내용에 그치고 있다.
머시는 여기에 음주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미국인들을 향해 음주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하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머시는 “알코올은 잘 입증된, 피할 수 있는 암 발병 원인”이라면서 “연간 미국에서 10만건의 암 발병, 2만명의 암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미국인들은 이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음주로 암이 발병해 사망하는 연간 2만명 규모는 미국의 연간 음주 운전 사망자 1만3500명보다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세 번째 암 발병 원인
음주는 흡연, 비만에 이어 미국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통제해 막을 수 있는 암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발병 원인이다.
머시는 유방암, 직장결장암, 식도암, 간암, 구강암, 인후암, 성대암 등 최소 7개 암과 음주 사이의 연관성이 이미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머시가 내놓은 경고에 따르면 미 성인 72%가 2019~2020년 주당 1회 이상 술을 마셨다.
음주량이 작다고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루 한 잔 미만이라도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머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암 발병 가운데 74만1300건이 음주에 그 원인이 있었다.
또 술을 마시면 수명도 준다.
음주 관련 암 사망으로 인해 술을 마시는 이들의 기대 수명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15년 짧다.
다만 희망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젊은이들은 점점 음주를 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알코올 맥주 등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갤럽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18~34세 성인 가운데 3분의2가 음주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35세 이상 성인의 경우 음주가 건강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40%에도 못 미쳤다.
한편 담배 업체들이 흡연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 부착과 집단 소송으로 고전한 것처럼 알코올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 부착이 주류 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주류 업체 주가는 하락했다.
버드와이저 모기업인 안호이저 부시, 밀러와 몰슨 브랜드로 유명한 몰슨 쿠어스, 멕시코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보유한 컨스털레이션 브랜즈 등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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