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6일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동해상으로 쏘아 올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남한의 탄핵정국 이후 침묵을 깨고 무력도발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도발에 나선 배경에는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2주 앞둔 시기,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존재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北, 사거리 1100km 미사일.."대미 대응 과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정오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RBM으로 추정되는 비행체 1발을 포착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돼 약 1100km를 날았으며, 지난해 4월 쐈던 신형 극초음속 IRBM(화성포-16나형)으로 추정된다.
군은 미국·일본과의 한미일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통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추가로 발사할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북한 IRBM이 하늘을 가르던 시각 서울 외교부 청사에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오찬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숨죽여오다가 미 국무장관 방한 시기에 맞춰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거리 1100km라는 점에서 한반도와 함께 후방기지인 주일미군에 대한 무력시위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출범 2주 전이라는 점에서 미국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고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빈말이 아님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오는 20일 즈음 존재감을 더욱 과시하기 위한 추가도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한미 당국이 ICBM 발사 추가 도발 가능성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ICBM 발사를 넘어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7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할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국가안보실도 나서 인성환 2차장 주재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군에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게 태세를 유지토록 지시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링컨, 북러협력 따른 북핵 고도화 주목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핵 기반 한미 확장억제 강화 의지를 다졌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심화로 인해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군사장비와 훈련을 받고 있고,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기술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하는 단계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의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를 통해 그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군사협력이 첨단기술 이전까지 이뤄질 만큼 심화되면 결국 러시아가 북핵을 인정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를 감안하고 확장억제를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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