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과 같은 2500m 활주로
비행기 위치 찾는 레이더도 없어
강릉지역 시설서 자료 받아 사용
조류 충돌 적다고 인력도 3명뿐
‘인프라 부실’ 지방공항 점검 필요
뉴스1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지방공항의 안전에 대해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철새 도래지 인근에 위치한 공항의 경우, 우리 지역 공항은 괜찮은지에 대한 지역민심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주요 지방공항 별로 어떤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는지 현지의 목소리를 4회에 걸쳐 담아본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양양=김기섭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지방공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강원지역 공항들도 열악한 시설과 전문 인력 운용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 8개월간 양양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버드스트라이크는 총 3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인천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방 공항의 버드스트라이크 559건의 0.5%에 불과해 발생 비율이 비교적 낮은데다 공항 인근에 조류 서식지가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국 14개 지방공항에 배치된 조류퇴치 전담 인원은 총 100명으로 이 가운데 양양국제공항에 배치된 인원은 3명에 불과해 조류충돌 발생 예방과 버드스트라이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내 다른 공항인 원주공항에선 5년 8개월간 버드스트라이크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조류퇴치 전담 인원은 2명에 그쳐 전담인력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양양공항은 국제공항임에도 활주로 길이가 짧은데다 국내 공항 중 유일하게 관제레이더가 설치되지 않는 등 시설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양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500m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와 같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양공항에서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엔 활주로가 다소 짧은데다 정상 착륙이 아닌 동체 착륙과 같은 비상 상황 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선 대형항공기(A-380, B-747)와 화물수송기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를 2500m에서 3200m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강원도가 국토부에 활주로 연장을 건의했지만 무산됐다.
양양공항엔 국내 공항 중 유일하게 공항 상공에 있는 비행기의 위치와 거리, 종류 등을 파악하는 시설인 관제레이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상에 있는 비행기나 작업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지상감시레이더와 항공기 착륙 때 정밀한 유도를 제공하는 정밀접근레이더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공항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원주공항의 경우 활주로 길이가 2700m로 지방 공항 중에는 긴 편에 속하지만 국제공항 승격을 추진할 경우 활주로 길이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편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로컬라이저 안테나 콘크리트 지지대가 꼽히는 가운데 양양국제공항과 원주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에 별도의 둔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관계자는 "양양공항의 경우 레이더를 공항에 직접 설치하지 않아도 강릉에 위치한 시설에서 자료를 공유받을 수 있고 중복 설치될 경우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승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공항의 전반적인 인력 배치와 시설 보강, 안전 대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