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2차 중재 일부 인용에 신창재 회장, 이달 내 풋옵션 가격 제시해야
어피니티 컨소 보유 교보생명 외부평가기관 선정 착수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 당시 기준
2025년 국내 주식시장과 금리 상황상 밸류에이션 레벨은 낮아져
민병철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총괄대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민병철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총괄대표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가격 산정에 노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2차 중재 일부가 인용되면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주식가치 평가업무를 수행할 외부평가기관 선정에 착수한 상태다.
민병철 총괄대표는 7일 파이낸셜뉴스에 "교보생명 신회장측이 최대한 원만하게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내 타결을 위해서는) 교보생명측에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ICC는 신 회장측이 30일 내 외부 자문기관 등을 통해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신 회장측은 이달 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공정시장가격(FMV)을 제시해야 한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과 10% 이상 차이를 보이면 어피니티 측에서 선정한 제3의 평가기관 3곳 중 신 회장이 선택한 1곳이 제시한 공정가격이 풋옵션 가격이 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오는 16일까지 생명보험사의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회계법인, 계리법인, 투자은행 또는 금융기관 등의 제안을 받아 교보생명 주식가치 평가업무를 수행할 외부평가기관 선정에 착수한 상태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후보 3곳을 1차 선정하고, 교보생명이 1곳을 선정해 평가업무를 의뢰하는 구조다. 교보생명이 평가기관 선정을 선택하지 않으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선택한다.
민 총괄대표는 "신 회장측이 제시하지 않으면 ICC는 1일당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에 달하는 간접 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결정했다"며 "양측의 가격 괴리가 있다면 제3자의 평가보고서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국내 주식시장과 금리 상황상 국내 생명보험사의 밸류에이션 레벨은 낮아진 상황은 상관없다. 주식가치 평가는 2018년 10월이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당초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보유 지분으로 교보생명 창업주가 서울 광화문 사옥을 건축할 때 대우그룹에 건축비 명목으로 양도한 지분의 일부로 알려졌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어피니티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는 권리를 확보했는데 교보생명 IPO가 불발됐다.
이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총 2조1000억원)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ICC는 2019년 1차 판정에서 신 회장이 어피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니티가 주장한 가격(주당 40만9912원)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그동안 주주간계약에 명시된 공정가격 산출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주간계약에서는 양측이 제시한 가격차가 10% 이내면 두 가격을 평균해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10% 이상 벌어지면 어피니티 측이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선정해 그 중 1곳을 신 회장이 선택하면 그 기관의 평가가치를 풋옵션 가격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어피니티는 2022년 2월 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보험사를 평가하는 전문법인이 얼마 안되고 회계법인은 감사등으로 인해서 참여가 힘들다 보니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평가법인 3개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허수인 3개사라고 하더라도 신 회장이 곤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어피니티의 행보는 10%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을 대비한 2라운드 준비 성격이 크다. 신 회장측은 아직도 어떻게 대비를 할지 제대로 정하지 못한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