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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제주항공 사고기 엔진서 새 깃털 발견 “조류충돌 있었다”

항철위, 조류 충돌 발생 처음으로 공식 확인
'둔덕 논란'엔 법적 문제 없다 입장 고수
개선 필요성은 인정…전국 공항 전수조사 예정

국토부, 제주항공 사고기 엔진서 새 깃털 발견 “조류충돌 있었다”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여객기 엔진부분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5.01.03. ks@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토교통부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기가 사고 당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겪었다고 밝혔다.

7일 이승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사고조사단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조종사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선언과 생존 승무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조류 충돌이 사고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돼왔는데, 조류 충돌 발생 사실을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엔진 내 깃털 일부 발견…국내 전문가 및 NTSB와 분석 예정

조류 충돌의 근거는 엔진에서 발견된 새 깃털이다. 이 단장은 "엔진에 들어간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깃털 일부를 발견했다"라며 "(새가) 어떤 종이고 어떻게 (엔진에) 들어갔는지는 엔진 내부를 검사하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한쪽 엔진은 (조류 충돌로) 확실하게 보이는데, 양쪽 엔진에서 같이 일어났는지, 다른 엔진에서 덜 심하게 일어났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라며 "다만 (조류 충돌이) 심하게 일어났다고 해서 엔진이 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기 엔진 2개를 보관한 무안공항 격납고에는 항철위의 의뢰에 따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조류 전문가 3명이 방문해 엔진 내의 흙과 깃털 등 시료를 채취했다. 깃털의 경우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분석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또한 이 단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의 NTSB에 이송한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분석 작업의 경우 "자료 인출은 3일, 기본 데이터 확인은 하루 이틀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음성기록장치(CVR), CCTV와 시간을 맞춰 분석하는 데까진 몇 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컬라이저 논란에는 ‘규정 준수’, 전국 공항 시설물 전수조사 예정

또한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의 설치와 개량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로컬라이저는 2007년 개항 당시 높이 1.8m·폭 0.26m·너비 3m의 콘크리트 기초 19개를 사용한 둔덕 위에 설치됐다. 이후 2020년 5월부터 작년 2월까지 한국공항공사의 개량 사업을 거쳐 사고 당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인허가는 무안공항을 관할하는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이 맡았다.

국토부, 제주항공 사고기 엔진서 새 깃털 발견 “조류충돌 있었다”
로컬라이저가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 구조, 국토부 제공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의 규정 위반 논란에 대해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구조물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어야 하는 종단안전구역의 범위를 '방위각 제공시설(로컬라이저) 앞단까지'로 해석한 것으로, 그에 따라 로컬라이저의 기반 시설인 '콘크리트 둔덕'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성 확보 면에서 미흡함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내외 규정의 위배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됐어야 했다는 점은 미흡했다"라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항의 둔덕에 대해서도 "경사도를 완만하게 한다든지 내용을 다 빼고 재시공한다든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전국 공항의 시설물을 일제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