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5년만에 금융지주법 개정
핀테크 지분 15%까지 허용 추진
정치불안 속 국회 통과 '불투명'
"자본비율 규제도 풀어야" 지적도
정부가 금융지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5년간 묵었던 '금융지주법 개정' 카드를 꺼내며 금산분리 완화에 시동이 걸렸다. 다만 정부의 추진동력이 약해지고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법 개정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방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금융지주들의 자본비율 규제도 함께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번번이 국회 문턱에서 좌절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6월까지 금융지주회사의 핀테크 출자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 및 시행령 개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금융지주의 핀테크 기업 출자제한 한도를 현행 5%에서 1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지주는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지배(지분 50% 이상 보유)하거나 지배하지 않을 경우 5% 이내로 지분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은행과 보험사 등 자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5%까지 보유할 수 있어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보험사에 준해 투자범위를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금융회사들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당국의 결정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지만 금융권의 분위기는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간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가로막힌 터라 실제 시행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 봐야 한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지난 2023년에도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됐다가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이 제기되면서 잠정 보류한 바 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번 방안이 완주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규제 완화를 위해선 2000년 제정된 금융지주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2022년 취임 일성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렀었다.
■위험가중치 규제 완화해야 실효성↑
금융지주들이 지분율 15%까지 투자하기 위해서는 비상장기업 투자와 관련한 위험가중치 등 자본비율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테크기업에 투자할 때 위험가중치는 올해 기준 약 250%이고, 오는 2028년에는 약 400%까지 높아진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투자를 집행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진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일제히 발표한 밸류업 정책에 따라 올해 CET1 비율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즉, 위험가중치 비율을 낮추는 규제 완화가 없을 경우 자본력이 있는 금융지주라고 해도 실제 핀테크기업에 대한 투자에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핀테크 지분투자 완화를 해줬지만 실제 지분 투자를 확대하려면 비상장기업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야 한다"면서 "올해 각 금융지주에서 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지분 투자 완화 조치에 대한 실효성은 낮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미 금융지주의 핀테크 지분투자 5% 제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분투자 제한 완화 정책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벤처투자사를 인수해 핀테크에 투자하거나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공동 금융상품을 개발하면서 고객군을 확보하는 등 자체 방안을 통해 디지털 금융을 진화시켜왔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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