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부터 4년여간 아내 간병
쥐약 먹인 뒤 이상 없자 목 졸라 살해
사진=연합뉴스TV
[파이낸셜뉴스] 치매에 걸린 아내를 홀로 돌보다 살해한 8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9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 B씨에게 쥐약을 먹이고, 아내가 별다른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0년 7월경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내를 혼자 돌보며 지내왔다. 그러다 2022년 3월쯤 B씨의 상태가 악화해 간병으로 인한 심리적·육체적 부담이 가중되자, 장기간 간병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 자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아내를 살해할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그는 2022년 3월경부터 자녀에게 '엄마 건강 악화로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자식에게 부담되는 엄마 인생을 원치 않아 내가 자진해 엄마를 하늘나라로 모시려는 것을 자식들이 짐작이나 하겠니' 등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방법', '수면제 복용 후 사망시간 추정', '수면제 사망', '쥐약의 치사량' 등의 내용을 검색하기도 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과 60여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살해한 것"이라며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고도 치매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의 간호를 도맡아왔고,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돌보는 것에 한계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범행 직후 쥐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점, 자녀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2심도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일 뿐, 그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3년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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