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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하면 회복 불가…'백골단·내통 의혹' 잇단 실책에 여야 냉가슴

삐끗하면 회복 불가…'백골단·내통 의혹' 잇단 실책에 여야 냉가슴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4.12.3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삐끗하면 회복 불가…'백골단·내통 의혹' 잇단 실책에 여야 냉가슴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공세를 주고받는 가운데 곳곳에서 실책이 속출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도를 넘은 공세가 역풍으로 작용해 중도층이 등을 돌리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민전 의원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 청년들로 구성된 '반공청년단'의 하부 행동조직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데 대해 사과했다.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시위 진압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 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다. 이들이 하얀 헬멧을 착용하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민주화 운동 탄압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백골단 소환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강성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자극된 결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이어 백골단까지 등장하며 민주화 운동의 범국민적 트라우마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반공청년단 등장에 "까마득히 잊혔던 정치깡패의 망령을 되살릴 작정이냐"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2030 청년 보수는 반공청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는 "관저 앞 집회를 폭력 집회로 몰고 가려는 공작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됐다.

비판이 이어지자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의 입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탄핵 찬성파인 같은 당 김상욱 의원을 찾아가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한동훈계이자 탄핵 찬성파인 6선 조경태 의원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당헌과 국회법에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하게 돼 있는데 그러면 이것을 부정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기관과 내통했다는 의심 정황을 셀프 폭로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우종수 경찰청 국수본부장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지원하는 경찰을 지휘 중인 가운데 이상식 민주당 의원이 국수본과 체포영장을 두고 소통했다는 사실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경찰 출신인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기한 만료일 다음 날인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만 해도 무지 바빴다. 체포영장 만기를 하루 앞두고 저희 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 발언을 두고 여권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대검찰청에 내통 의혹을 받는 성명불상의 국수본 관계자와 이 의원을 고발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을 포함해 야 6당이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도 '특검몰이'에 속도를 내다 스텝이 꼬인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검 추천 주체를 제3자→야당→제3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내란 특검법 본회의 부결 사태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민주당이 지난달 9일 특검법을 처음 발의할 당시에는 여야가 아닌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이 조건을 뒤집어 야당 추천으로 바꿨고 이후 본회의에 상정한 내란 특검법은 부결됐다. 지난 9일 야 6당이 재발의한 내란특검법에는 제3자 추천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

여야가 탄핵 정국 곳곳에서 실책을 거듭하는 동안 각 정당 지지율은 계엄 전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성인 1004명에게 전화 인터뷰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6%,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집계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12월 10~12일 조사 당시(민주당 40%·국민의힘 24%) 결과에 비해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