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5.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여인형 방첩사령관(왼쪽)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른바 '계엄 장성'들에 대한 군 당국의 보직해임 절차가 최근 본격화됐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같은 보직해임인데,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경우와는 딴판이다.
약 1년 반 전을 되돌아보자.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안타깝게 숨지는 사고가 났다.
박 대령은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초동 조사결과를 보고한 뒤 보고서 결재를 받았다. 이튿날 이 장관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이 장관과 김 사령관은 주장해 왔다.
이어 박 대령은 8월 2일 조사결과를 경찰에 넘겼고, 이첩이 끝난 직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지금부터 보직해임"이란 통보를 받았다. 박 대령 입장에선 진술 기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이뤄진 전격적인 인사조치였다.
군 간부들은 임기가 끝나기 전엔 보직에서 해임되지 않는다는 군인사법의 단서 조항에 따라 보직해임이 필요하면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선(先) 보직해임 후 그날로부터 7일 이내에 심의위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박 대령에 대한 심의위는 8월 8일에 열렸다.
박 대령에 대한 선 보직해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불가피한 사유 중 '중대한 군 기강 문란, 도덕적 결함 등'이 근거가 됐다.
군검찰이 박 대령을 입건하며 적용한 혐의인 '집단항명 수괴'(이후 '항명'으로 변경)는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 맞지만, 그에 대한 선 보직해임이 이뤄진 날은 기소는 물론이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입건 당일이었다.
이후 박 대령은 지난 9일 1심에서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에 관한 무죄를 선고받은 지금까지도 별다른 임무를 부여받지 못한 채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해병대사령부 인근 부대의 한 사무실에 출퇴근만 하고 있다.
계엄 장성들에 대한 보직해임 절차를 보면 박 대령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례적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진 것인지 알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이들에 대한 보직해임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계엄 주동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단 점에서 계엄 실패로 돌아간 4일 즉각적인 보직해임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렇지만 김 전 장관의 사표가 5일에 수리되고 국방부 장관 권한대행이 된 김선호 차관이 선 보직해임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일단 직무정지에 그친 건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항명 혐의를 받던 박 대령보단, 지휘부 공백을 막기 위한 후속 인사 등을 위해 계엄 장성들에 대한 보직해임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게 타당했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도 나온다.
김 대행은 이달 9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계엄 장성들에 대한) 보직해임은 규정상 기소가 진행되면 진행되도록 돼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박 대령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군검찰이 박 대령을 기소한 건 2023년 10월 6일로, 그에 대한 보직해임은 이미 그 두 달 전에 이뤄졌다. 이는 항명 사건에 '윗선'이 개입했단 의혹이 제기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보직을 유지하고 있는 계엄 장성들의 경우 현재도 월급을 온전하게 받고 있다고 한다. 월급은 보직해임 뒤에야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계엄 장성들에 대한 심의위는 최근 구성이 완료됐다. 군 당국은 이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시간을 더 부여, 설 연휴 직전에 심의위를 열기로 했다.
해병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 대령에 대해 아직 확정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법령에 따라 보직해임 무효가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단 입장이다.
앞으로 박 대령에 대한 보직해임이 무효가 돼 새로운 보직을 받는다고 한들, 오는 2027년 전역 예정인 그가 1년 6개월간 겪은 고초는 딱히 보상받을 길이 없어 보인다.
보직해임의 즉각성은 그 사유가 무엇인지, 인사권자가 누구인지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입맛대로 '선 보직해임'이 이뤄지는 일을 방지하고, 보다 예측 가능한 인사조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그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규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군인의 책임과 직무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군인사법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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