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전주보다 1.4배↑…8년만에 최고
마스크 착용 등 줄면서 집단 면역력 감소 탓
"지난 4년간 두 종류 감염병 유행하지 않아"
"다음주 초 유행 정점 구간…이후 감소 전망"
"설연휴 많은사람 피하고 마스크 착용 필수"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성북 우리아이들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천 명당 인플루엔자(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1주 전의 73.9명에서 1.4배 늘었고, 지난해 49주차 7.3명에서 4주 만에 13.7배 급증했다. 2025.01.10. hwang@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이주영 수습 기자 = 인플루엔자(독감)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내주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1주차(2024년 12월 29~2025년 1월 4일) 표본 감시 의료기관(300개소)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을 보인 환자 수는 99.8명을 기록했다. 전주 73.9명보다 약 1.4배 증가하면서 호흡기 표본감시체계가 구축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13~18세가 1000명당 177.4명, 7~12세가 161.6명으로 청소년과 학령기 아동이 유행을 주도했다. 65세 이상은 35.1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입원환자(표본감시기관 기준)도 작년 795명보다 1.8배 많은 1452명까지 늘었다.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A형과 B형이 사람에게 인플루엔자를 유발한다. 흔히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또는 피로감과 같은 전신 증상과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다. 감기와 달리 폐렴 등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이번 유행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없었기 때문에 항체가 없는 사람이 지역사회에 많아졌다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지난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상당 기간 독감이 유행했는데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이 점차 줄면서 인구 집단 면역력이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작년 10월 이후 연말까지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다가 최근 한파 등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점, 현재 인플루엔자의 2가지 유형(H1N1), A(H3N2)가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입원환자도 작년 8월 1441명으로 유행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다가 최근 4주간 지속 증가했다. 특히 62.9%는 65세 이상으로 고령층 입원 비중이 높았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코로나19도 동절기 유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독감이 유행해 해열제 판매가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어린이용 해열진통제를 정리하고 있다. 2025.01.07. ks@newsis.com 전문가들은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은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원래는 한 번씩 돌아가면서 유행하기 때문에 면역 수준이 높게 유지됐지만, 지난 4년간 두 종류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지는 않았다"며 "시기가 겹치고 (바이러스가) 같이 검출되면서 유행이 커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호흡기 증상 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인플루엔자의 큰 유행으로 필요시 정부 비축분 일부를 시장에 공급해 의료 현장에서의 항바이러스제 처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발열 클리닉과 코로나19 협력 병원을 재가동해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하고 오는 22일부터 2월 5일까지를 '설 명절 비상 응급 대응 기간'으로 지정, 응급의료 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책을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유행이 1~2주 후 정점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질병청은 방학이 시작되는 이달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향후 1~2주 이후 유행의 정점을 지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재훈 교수는 "앞으로 1~2주 뒤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다음 주 초까지 유행의 정점 구간으로 보이고 그다음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 예측 그래프를 보면 (질병청 발표대로) 유행의 정점이 갈 것으로 본다"며 "(다음 주) 정점을 찍고 내려갔다가 초봄에 한 번 더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중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시작하고 정점에 이를 때까지는 어린이, 청소년 등에서 유행이 폭증하다가 이후에는 청장년층, 노년층으로 감염 주 대상이 옮겨진다"며 "1월 중하순 이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노년층 감염이 늘어나면 백신을 접종했어도 패렴, 패혈증, 호흡부전 등 양상이 온다"고 짚었다.
이어 "인플루엔자가 촉발한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합병증으로 입원이 늘면서 중환자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설 연휴 유행 확산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설 연휴에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노약자 등이 가족 단위로 모이면 감기처럼 증상이 약한 분들이 전염될 수 있고, 폐렴 등 중증까지 악화할 수 있다"며 "명절 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모인 사람들이) 최근 독감 감염이 없었다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대중교통 등 붐비는 곳에 갈 때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며 "손을 통해서도 감염되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감기 증상이 있으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 독감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12.20. kmn@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zo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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