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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 vs 환율 방어… 3회 연속 '금리인하' 무게 [올해 첫 기준금리 전망]

전문가 10명 중 6명 인하 예상
"정국불안에 내수부진 심화"
"외환시장 불안, 2월로 미뤄야"

경기 부양 vs 환율 방어… 3회 연속 '금리인하' 무게 [올해 첫 기준금리 전망]

한국은행이 오는 16일 열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고려할 때 지난해 10월, 11월에 이어 3회 연속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부터 14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 때문에 다음달까지 기준금리를 묶어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경기부진에 선제대응 필요성 커져

파이낸셜뉴스가 12일 국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 6명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25bp(1bp=0.01%p)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이후 15년11개월여 만에 처음 3회 연속 내리게 된다.

금리인하 재료는 경기 부진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여객기 사고 등으로 내수심리 자체가 굉장히 부진해 이에 대응하는 정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며 "재정이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면 통화정책으로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정치 이슈들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지금은 하방 리스크가 더 커졌다"며 "지난해 11월 이후에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 중심이 금융안정 물가관리에서 경기 리스크 대응으로 움직인 것을 고려하면 25bp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평균)는 지난해 11월 말 1.8%에서 12월 말 1.7%로 하락했다. 한국은행(1.9%)은 물론 정부 전망치(1.8%)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환율불안에 2월 인하 전망도

이달에 금리를 동결하고 2월에 내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직전 금통위가 열렸던 지난해 11월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하회했으나 12월에는 1480원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말했던 논리 중 하나는 환율의 레벨보다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두 달도 안 돼 환율이 50원 넘게 올랐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 불안 등을 고려할 때 1월보다 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커 한은이 이달에는 금리를 일단 묶고, 다음달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물량으로 환율이 1450원 이하로 안정됐으나 미국 고용지표 충격에 다시 1470원을 상회했다"며 "글로벌 IB들이 올해 미국의 금리 동결 혹은 전망 및 인상 리스크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은이 1월 금리를 동결하고 2월 금통위까지 트럼프 정부 출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 국채 금리와 환율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과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이창용 총재의 메시지를 고려할 때 동결이 적절한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성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앞서 한은은 2회 연속 금리인하로 적극적 통화정책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인하 사이클을 잠시 멈추는 것이 정치와 경제가 분리됨을 강력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이라는 딜레마에 전문가 10인 전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말 최종 금리 수준은 2.25~2.50%로 예측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