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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최선의 ‘사후약방문’

[테헤란로] 최선의 ‘사후약방문’
김동호 산업부 차장

'사후약방문.' 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뜻한다. 본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참사에 대해 쓸 '칼럼'의 주제였다. 하지만 이날 국토교통부가 전국 13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와 더불어 "연내 개선 완료를 목표로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쓰고자 했던 내용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헌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초 글을 쓰려던 목적이 매번 되풀이되는 사후약방문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사후약방문'을 촉구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뒤, 무안공항 둔덕 사태를 처음으로 기사화했다. 같은 날 무안공항 둔덕 설계를 맡은 국토교통부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공정성' 문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국토부는 처음에는 둔덕이 규정에 맞게 지어진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주장하다, 이후 "안전성 확보 방향을 신속히 검토해 향후 안전 점검 및 대책 수립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했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은 2020년 4월 16일이 돼서야 발표됐다. 2022년 10월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도 2년이 지난 2024년 12월 4일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이마저도 참사의 완전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수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조사는 책임자 처벌이 목적이 아닌 원인을 규명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사고원인 조사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토부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지난 7일 국토부 장관의 사의 발표 당일 둔덕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 여부 검토를 발표했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연내 개선 완료계획을 내놓았다. 물론 앞으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의 마음을 보살피면서, 이들이 미래에 다른 항공참사 유족들을 만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다.

hoya022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