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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초과때 최고세율 50% 상속·증여세… "회사 존립 위협" [中企로 뒷걸음치는 중견기업]

(中) 국회에 막힌 상속·증여세 개정
25년 만의 최고세율 개편 '좌초'
탄핵정국에 개정 재추진도 험난
기업승계법 제정으로 방향 바꿔
승계 임박 중견기업 M&A 노출

30억 초과때 최고세율 50% 상속·증여세… "회사 존립 위협" [中企로 뒷걸음치는 중견기업]

중견기업들이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담은 상속·증여세(상증세) 개정안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25년 만에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야당의 '부자감세' 주장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중견기업 오너들은 당장 상속을 해야 하지만 과도한 세금이 회사 존립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도 여소야대인 데다 탄핵정국 속에서 현시점 상증세 개정 재추진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막힌 정부안 '상증세법'

13일 국회 및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총 13개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하지만 기재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 속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상증세법 개정안에는 △상증세법 최고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최대주주 등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 중견기업 최대 고민인 '기업의 승계' 관련 내용이 담겼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증세 현행법은 과세표준 최고구간이 30억원 초과일 경우 최고세율이 50%다. 개정안은 최고구간을 10억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은 40%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지만 야당이 반대했다. '부자감세'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총조세'에서 상증세 비중이 2.21%로 높은 점도 법 통과가 어려운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상증세 개정안을 따를 경우 연평균 2조3446억원 규모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중견기업들은 상증세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견기업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2023년 중견기업기본통계'에 따르면 기업승계를 완료 또는 진행 중인 기업 비중은 전년 대비 1.6%p 증가한 15.2%다. 승계를 계획 중인 기업도 8.9%에 달한다. 중견기업이 지원 확대를 희망하는 정책 중 조세(36.6%)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컸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중견기업 1세대 창업주들은 80대로 고령화가 진행돼 승계가 임박한 시점"이라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이 승계가 되지 않아 기술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매각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어 중견기업이 투자 대신 현금을 쌓아두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151개사를 대상으로 한 '중견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높다'고 평가한 중견기업이 89.4%로 대다수였다. 중견기업계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증여세 탓에 승계 이후에도 '지분 감소로 인한 경영권 위협(37.7%)' '경영 악화(33.1%)' '사업 축소(13.2%)' 등 부정적 효과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현행 상속·증여세제의 최우선 개선 과제로는 '상속세율 인하(74.8%)'가 꼽혔다.

■동력 잃은 '최고세율' 조정

중견기업계는 최고세율을 낮추는 방향의 상증세 개정안이 여야 갈등 속에서 동력을 잃을 위기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첫 외부 민간일정이었던 중견기업인의 날에 상증세 재추진을 언급했지만 현재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 총리는 "상증세 법안의 완화 내용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 빠른 시일 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상증세법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부결되며 기재부는 힘이 빠진 모습이다.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상증세법에서 최고세율 조정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다만 중기부 주관으로 기업승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이 담겼다. 최고경영자(CEO) 고령화, 친족 후계자 부재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제3자 M&A 방식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승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정책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약 국회에서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상증세 심사 자체를 안 했다면 계속 논의를 할 수 있지만 결국 부결이 됐다.
부결은 법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정부안을 다시 국회에 내거나 의원 입법을 통해 발의할 수 있다. 혹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상증세를 어떻게 할지는 기재부 세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