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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전문 NPL회사 설립 추진에… 업계 "일단 환영"

저축은행중앙회 "건전성 제고"
매각사 세워 부실채권 정리 속도
은행 규모 따라 입장 '제각각'
출자금 모집 등 순탄치 않을 듯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연이어 강등됐다. 올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에 따른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실채권(NPL) 전문회사를 설립, NPL 정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최종 설립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저축은행 17곳의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현재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저축은행이 30곳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신용등급이 뒷걸음질치거나 하방 압력이 커진 셈이다. 등급전망은 향후 신용등급의 변동 가능성을 미리 보여 주는 지표다.

나이스신용평가사가 KB·키움·대신·고려·예가람·애큐온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모아·OK·웰컴·키움예스·바로저축은행에 대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KB·BNK저축은행 등의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대거 하락한 이유는 부실한 부동산 PF 대출 때문이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커지면서 고정이하여신이 확대되는 등 건전성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부실 여파가 계속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는 저축은행 업권의 '보릿고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4분기 200억원대의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일부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로 그간 쌓아온 대손충당금이 환입된 효과일 뿐, 4·4분기에는 다시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적극적인 경·공매 작업 등을 통해 PF 부실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중앙회 산하에 NPL 전문회사를 만들어 업계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NPL 전문회사는 저축은행이 보유한 NPL을 사들인 뒤 추심·매각 등을 통해 정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업계는 우선 저축은행 물량을 받아낼 NPL 전문회사가 생기면 건전성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설립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개별 저축은행에서 직접 출자금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규모가 제각각인 79개 저축은행의 입장을 모두 수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임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속성 있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지도 걱정이다. 아직 선거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자칫 리더십 공백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위한 NPL 전문회사가 설립되면 건전성 문제도 많이 해소되고, 업권에 분명히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저축은행들의 규모가 대형부터 소형까지 너무 다양해 출자 등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중앙회장의 임기도 곧 만료라 지속적으로 추진될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