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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보다 능력'..스킬 이코노미 시대 생존전략은 '니치'[읽어보고서 사]

어제 쓸모 있던 기술 오늘은 '글쎄'
자본·노동 중심의 경제 탈피
개인의 다양한 기술·지식이
국가와 경력 발전에 중추적

'학벌보다 능력'..스킬 이코노미 시대 생존전략은 '니치'[읽어보고서 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읽어보고 사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부 출연기관과 한국은행, 각종 연구소까지 하루에 쏟아지는 보고서만 수십개가 넘는다는 거죠. 다 읽어야 할까요?
숨가쁜 투자자를 위한 리포트 해설 시리즈 [ 읽어보고서 사]는 화·목·토 아침 6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어젯밤 여의도에서 가장 '핫'했던 이야기만 요약해드립니다. 놓치면 후회할 보고서, PC에 차곡차곡 쌓아둘 보고서, 알짜만 쉽게 풀어 쓴 기사를 오늘부터 챙겨보세요.
[파이낸셜뉴스] 명문대와 학위를 따지던 노동 시장은 저물었습니다. 학벌은 무의미해지고 기술과 실무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문제는 어제 쓸모 있던 기술이 내일 효용성이 떨어지는 시대라는 점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술 담론도 급변하는 시대 당장 주어진 업무를 해치워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노동 시장 패러다임 '스킬 이코노미'에 적응한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스킬 이코노미: 변화하는 기술 시대의 생존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보고서는 '스킬 이코노미 사회'에서 기업은 전통적인 직무 중심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의 속도와 인재 시장의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스킬 이코노미의 개념과 등장
스킬 이코노미란 자본이나 노동이 아닌 '개인의 기술과 역량'이 가치 창출의 핵심이 되는 경제 시스템을 뜻합니다. 노동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에서도 '평생직장'에 대한 의문과 함께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IT업계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자신의 직업적 가치와 성공을 평가할 때 더 이상 개인의 직책·기업규모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배경보다는 연마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스킬이코노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스킬 갭(Skill Gap)의 확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성장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가치의 반감기가 짧아지면서 스킬 이코노미의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 가치의 반감기란 기술(과 그 전문성이)이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빨리 쓸모 없어지거나 구식이 되는지를 뜻합니다.

이미 일각에서는 AI시대 더 이상 엑셀이나 포토샵, 파워포인트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 무의미 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과거 널리 쓰인 코볼, 파스칼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현재의 기술 트렌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서버 등도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혁신적 기술이 자고 일어나면 발표되는 시대에 '기술의 유용성과 경쟁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그만큼 빠르게 짧아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한 세대 전 약 26년이던 기술 가치의 반감기가 5년 미만으로 단축되면서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기술 집약적인 업무에서 두드러지는데 스킬 이코노미 시대에 개인은 높은 수준의 민첩성을 갖추고 지속적인 역량 개발과 유연성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학벌보다 능력'..스킬 이코노미 시대 생존전략은 '니치'[읽어보고서 사]
스킬 피라미드 그림

■스킬 피라미드
기술의 가치와 중요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기술의 변천 과정과 시장에서 기술의 상대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구분해야 합니다. 보고서는 스킬 이코노미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개발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스킬 프라미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스킬 피라미드에서 기술은 그 유형과 가치에 따라 코모디티(Commodity), 마켓터블(Marketable), 니치(Niche) 기술로 구분됩니다.

먼저 코모디티 기술은 기본적 기술입니다. 사실상 시장에서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 기술로 워드 작성 능력이나 엑셀, 이메일 사용 능력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한세대 이전에는 노동시장의 경쟁력이 되었지만, 현재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입니다.

마켓터블 기술은 특정 직업군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입니다. 개인이 공식적인 교육으로 습득해야 하는 기술로 △회계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능력 등이 해당합니다. 일정 기간 채용의 경쟁력이 되었지만 기술 변화에 따라 곧 코모디티 기술로 곧 전락할 수 있습니다.

'니치 기술'은 특정 분야에 활용되는 고유하고 희소한 기술을 의미합니다. 높은 경쟁력의 원천이 되며 개인이 '스스로' 습득해야 합니다. AI나 양자컴퓨팅은 현재 기업이 적극적으로 찾는 기술로 초기에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습득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기업은 니치 기술을 보유한 노동자를 찾습니다. 스킬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거죠.

'학벌보다 능력'..스킬 이코노미 시대 생존전략은 '니치'[읽어보고서 사]
게티이미지뱅크

■스킬 피라미드의 '함정'
보고서는 어제의 니치 기술이 오늘의 마켓터블 기술, 내일의 코모디티 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게다가 이같은 전환의 주기는 기술의 반감기 단축과 함께 짧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Swift)는 초기 니치 기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켓터블 기술로 전환됐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생성형 AI의 등장에 따라 이를 익히고 다루게 될 것입니다. 한편 딜로이트는 MZ세대가 이미 생성형 AI를 다루면서 '놀고' 있지만, 동시에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스킬 이코노미 사회에서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업스킬링, 리스킬링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합니다. 구성원이 기민하게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이 살아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기술 기반 조직으로의 탈바꿈돼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명문대' 학력과 '대기업' 경력 그리고 직함·직책 중심으로 인재를 관리해 왔습니다. 어제 '먹혔던' 기술과 노하우가 오늘 아무 쓸모가 없어질 시대에 걸맞지 않은 방식입니다. 보고서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강화 △구체적인 전략 수립 △지속 가능한 학습 문화 조성 등을 목표로 조직을 재정비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