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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 "10년 뒤 경쟁상대는 베를린필.. 서울시향 재도약 추진"

정재왈 서울시향 신임 대표, 3년 임기 시작
'2035 중장기 로드맵' 수립 등 경영목표 제시

정재왈 "10년 뒤 경쟁상대는 베를린필.. 서울시향 재도약 추진"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임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10년 뒤 경쟁 상대는 베를린 필하모닉입니다."
서울시향 정재왈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힘을 합쳐 서울시향 제2의 전성기를 이끌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재왈 신임 대표이사는 중앙일간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취임 직전에는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으로 일했다. LG아트센터와 서울예술단, 예술경영지원센터, 고양문화재단 등을 거치며 두루 경험을 쌓은 예술경영 및 문화행정 전문가다.

고려교향악단(1945년)을 모태로 하는 서울시향은 올해 설립 80주년, 재단 독립 20주년 등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이에 정재왈 대표는 '2035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전면에 내세워 서울시향을 한국 대표는 물론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고도화하기 위해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향의 올해 경영 전략은 △지속성장 가능한 프로그램 운영 △혁신적인 조직 운영으로 국제적 경쟁력 확보 △2035 미래 비전 중장기 로드맵 수립 △국내외 신규 협업 프로젝트 등 4가지다.

정 대표는 "서울시향의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10년은 부흥기, 이후 10년은 약간의 침체기였다"며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이제는 도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음악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폭넓은 레퍼토리의 정기공연과 사회공헌 성격이 짙은 시민공연, K클래식의 매력을 알리는 해외투어 등 세 영역이 균형을 이루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선순환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재왈 "10년 뒤 경쟁상대는 베를린필.. 서울시향 재도약 추진"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 모습. 서울시향 제공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말러 교향곡 전곡 음반 녹음을 이어간다. 지난해 10월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클래식 전용 앱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을 공개했고, 올해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과 7번을 선보인다.

정 대표는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리더십 아래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놀랍게 향상되고 있다"며 "해마다 2회 이상 녹음을 통해 서울시향 브랜드 가치와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악장 영입은 물론 수석 단원과 일반 단원 채용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부침이 많았던 서울시향의 조직 안정화와 연주력 강화를 위해서다. 특히 참여와 소통 중심의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고, 경영구조 개선과 안정화를 통해 조직역량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세계 명문 악단의 경영기법 벤치마킹, 단원 정년제도 도입, 자주재원 확충을 통한 재정 안정화 등 세부 실행계획을 세웠다.

'2035 중장기 로드맵' 수립 기준도 이날 공개됐다. 서울시향은 글로벌 문화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누리는 모두를 위한 교향악단, 지속 성장이 가능한 혁신적인 교향악단을 목표로 '3년 단위의 10년 프로젝트' 추진 전략을 세웠다.

중장기 로드맵 안에는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확보 △얍 판 츠베덴의 말러 사이클 완성 및 음반 제작 △한국 차세대 지휘자 발굴과 양성을 위한 '지휘 펠로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 선정 '올해의 오케스트라' 도전 등 단계별 목표가 담겼다.

정재왈 "10년 뒤 경쟁상대는 베를린필.. 서울시향 재도약 추진"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임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정재왈 대표는 "2025년을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를 향한 첫발을 내딛는 원년으로 삼고 지속가능성, 혁신, 발전 등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6월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류의 영향이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예술 범위까지 확산되는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대거 입상하는 등 K클래식 팬덤 현상이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작곡가,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K클래식의 높은 수준과 저력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20세인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다시 서울시향 무대에 오른다.

2013년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상 수상을 시작으로 하노버 콩쿠르, 몬트리올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콩쿠르 사냥꾼'으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도 서울시향에 데뷔한다.

지난 2021년 부소니 콩쿠르에서 4개의 특별상과 함께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협연 무대를, 2023년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이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으로 직접 지휘한 본인의 작품 '그리움'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정재왈 "10년 뒤 경쟁상대는 베를린필.. 서울시향 재도약 추진"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이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에서 음악을 맡은 정재일의 신곡이 오는 9월 얍 판 츠베덴의 지휘로 서울시향 무대에서 세계 초연된다.

특히 올해 서울시향은 전 세계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의 초청으로 오는 10월 말 미국 투어에도 나선다. 지난 2007년 10월 유엔의 날 기념 카네기홀 공연과 2012년 4월 로스앤젤레스 등 4개 도시 북미 투어 이후 13년 만에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셈이다. 카네기홀 포함 총 3곳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국내 협업 프로젝트 중에는 오는 12월 국립오페라단과 공동 주최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눈길을 끈다. 서울시향이 연주가 아닌 제작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역량이 집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에 있어 음악감독이 가장 중요한 만큼 츠베덴 감독을 100% 신뢰한다"며 "그가 지닌 컬러가 서울시향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