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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지연에 살아야 할 기업 힘들어졌다"[M&A 리더에게 듣는다③](종합)

박남수 EY한영 전략·재무자문부문 대표
좀비기업 증가에 시장 활력 줄고 잉여생산 심화
차입형태 구조화딜 역할..세컨더리딜 증가

"구조조정 지연에 살아야 할 기업 힘들어졌다"[M&A 리더에게 듣는다③](종합)
박남수 EY한영 전략·재무자문부문 대표. EY한영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구조조정 지연으로 좀비 기업이 늘었고, 이로 인해 구조화 딜과 세컨더리(구주유통)딜이 증가할 것이다."
박남수 EY한영 전략·재무자문부문 대표(사진)가 바라보는 을사년 M&A(인수합병) 시장 진단이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좀비기업이 늘었고, 시장의 활력과 효율성이 줄고 잉여생산 심화 현상까지 나타나 결국 구조화딜과 세컨더리(구주유통)딜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다.

■"구조조정 지연, 산업 전반에 영향"
박 대표는 16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한국의 구조조정 시장은 과거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형태에서 시장주도 선제적 M&A 중심으로 변화해 왔다"라며 "최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내수부진 등 경기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C등급 이하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자금 집행을 통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M&A와 구조조정 활성화로 좀비기업 수를 축소해야 하는데 구조조정 지연으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고 업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은 2015년 2688개에서 2023년 3950개로 8년간 47% 증가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발발 후 3~4년째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는 동안에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으로 리테일(소매)에서 백화점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케미컬산업도 자체 구조조정에 임박해 있다. 다만 정치적인 안정이 이뤄지면 올해 하반기에는 구조조정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늦어진 구조조정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들조차도 당장의 유동성 부족 루머를 잡기 위해 이제 사업재편에 나설 정도다. 이른 바 불황형 M&A 시장 형성이다.

그는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비즈니스가 없는 국내 기업들은 내수에 의존하는 전통적 비즈니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동안 시장을 이끈 반도체, 이차전지 등이 위축되는 등 우리 경제를 이끌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기업으로서는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롯데렌탈, 에코비트 매각은 물론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매각 등 올해부터 사업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봤다.

다만 대기업 사업재편 과정에서 임직원의 동요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구조화딜을 솔루션(해법)으로 제시했다. 자산, 회사를 담보로 해서 차입형태로 펀드 자금을 조달하되 일정 기간 내 시장 안정화시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는 형태다.

그는 "최악의 경우에는 투자 유치 후 3~5년 후에 펀드에 경영권을 줘야겠지만 당장 투자금 조달 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며 "올해는 금리 하향에 대한 기조가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비 보수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어 회사채로 필요한 자금이 100% 조달되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유동화해야 한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좋으면 이를 통한 플랜도 고민해보겠지만 증시가 굉장히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구조적 변화 촉매제"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은 M&A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봤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투자했던 것처럼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사모펀드(PEF)들이 향후 중견-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비상장기업 투자에 주력해 온 블라인드펀드들이 상장사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 몫한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는 밸류업과 맞물린다. 기업들이 주식가치 제고에 힘쓰지 않으면 대주주가 위협을 받게 되고, 소액주주도 경쟁력이 있는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 시장의 개선도 이뤄줘야 한다. 사모펀드의 경우 저평가된 상장주식을 인수, 엑시트(회수)를 한국 주식시장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측면의 코리아 리스크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싱가포르 등 각 섹터에서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시장에서의 재상장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올해엔 세컨더리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동석한 이상범 M&A 솔루션 그룹 리더(전무)는 "세컨더리딜은 계속 논의되어 온 이슈지만 사모펀드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점점 투자할 대상도 적어지고, 사모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받아줄 전략적투자자(SI)들의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세컨더리딜 중 컨티뉴에이션 펀드(기존 펀드에서 관리하던 자산을 새로운 펀드로 옮기지만 기존 운용사가 지속적으로 이를 관리하는 구조) 조성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4년 8월 EY한영의 전략·재무자문부문은 M&A 솔루션 그룹을 론칭했다. 재무자문본부(TCF)의 M&A 자문 역량과 전략자문본무(EY-파르테논)의 섹터 자문 역량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재무자문본부의 이상범 전무와 EY-파르테논의 길태민 전무가 공동 리더를 맡고 있다. 최근 회계법인들이 종합적인 서비스 역량을 요구 받는 가운데, EY한영은 전략, 딜 자문, 섹터 전문성을 통합해 시장 변화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매도자와 매수자를 위한 밸류 크리에이션 중심의 전략적 M&A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최적의 M&A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간 EY한영은 2024년 삼성SDI 편광필름 사업부 재무자문, IMM PE의 제뉴원사이언스 재무자문, IMM PE+IMM인베 컨소시엄의 KKR 에코비트 인수 재무자문, 캑터스PE의 티맥스데이터 투자 재무자문, 맥쿼리의 하남IDC 매각 회계자문, 에이치PE의 디오 인수자문, 농심의 성경식품 인수자문, SKS PE의 비앤비코리아 매각자문, 이상파트너스의 코팬글로벌 매각자문, 원풍약품상사 매각자문, 알리익스프레스의 G마켓과 JV설립을 위한 재무자문 등을 수행한 바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