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본초강목>에 그려진 강황(薑黃, 좌측)과 울금(鬱金)의 그림이다. 강황과 울금은 모양이 비슷한데, 과거에는 울금이 귀해서 강황을 가지고 울금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다.
옛날에는 강황(薑黃)보다 울금(鬱金)이 인기가 많았다. 당시 강황은 재배량이 많아서 흔했지만 울금은 귀했다.
시장에는 약재를 파는 약재상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울금과 강황이 서로 비슷한 모양 때문에 서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강황을 울금이라고 속여팔기도 했다. 일부 상인은 봉아출(蓬莪朮)이라는 약재까지 섞어 팔기도 했다. 그러나 봉아출은 약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칫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어느 날, 이러한 병폐를 익히 알고 있었던 한 의원이 제자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 그 의원은 산에서 오랫동안 약초를 캐왔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약초들을 구분하는데도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
의원이 시장에 들어서자 약재를 파는 상인들을 쉽게 만났을 수 있었다. 약재상의 가판대에는 많은 약재들이 쌓여 있었고 그 앞에는 커다랗게 ‘진울금(眞鬱金)’이라고 쓰인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의원은 “이 약재가 정말 울금인가?”하고 약재상에게 물었다.
약재상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소. 진짜 울금이니 안심하고 사시오.”라고 했다.
의원은 약재를 집어 들고 그 색과 향, 맛을 꼼꼼히 살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강황과 봉아출이 섞인 가짜 울금이었다.
의원은 약재상에게 “이것은 진짜 울금이 아니지 않소. 여기에는 강황이나 봉아출이 섞여 있잖소. 아무리 일반 사람들이 울금과 강황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떻게 해서 이렇게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단 말이요.”하고 나무랐다.
약재상은 의원이 한눈에 가짜 울금이라는 것을 알아보자 깜짝 놀라면서 얼굴이 벌게졌다.
그러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상인은 오히려 흥분하면서 “당신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러는 것이요? 어디 한번 이것이 울금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 보시오.”라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대들었다.
약재상이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의원은 울금과 강황을 하나씩 집어 들고서는 “진짜 울금은 이처럼 겉은 노랗고 속은 붉으며, 향이 은은하고 맛은 쓴맛과 단맛이 섞여 있소. 그런데 이것은 강황이잖소. 강황은 이것과 같이 곁과 속이 모두 노란색을 띠지요. 그리고 모양을 보면 울금은 매미 배처럼 둥글고 뾰족한 반면, 강황은 생강이나 오이같이 둥글고 크지요. 냄새와 맛을 보면 강황은 강렬한 매운 향이 강하지만 울금은 은은하고 단내가 나는 것이 차이요.”라고 설명을 했다.
사람들이 가판대에 깔려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울금과 강황이 섞여 있었다.
의원은 또다시 한 약재를 들어 보이고서는 “이것은 울금도 강황도 아니라 바로 봉아출 아니요. 봉아출 또한 울금이나 강황과 모양은 비슷한데, 향은 적고 색이 노랗지가 않소이다. 크기로 보면 봉아출이 가장 큰 덩어리인데, 색은 청흑색을 띠는 것이 다르지요. 요즘 시중에 봉아출 또한 찾아보기 힘든 것은 모두 이처럼 울금으로 속여서 팔리기 때문이 아니겠소.”라고 따졌다.
사람들은 의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혀를 끌끌 차면서 약재상을 쳐다보았다. 약재상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재빨리 가판대 위의 잡다한 약재들을 거둬서 투덜거리면서 시장을 떠났다. 이 장면을 보던 다른 약재상들도 서둘러서 약재 가판대에서 가짜 울금을 치웠다.
약재상이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나자 제자가 의원에게 물었다.
“스승님, 울금과 강황은 맛이나 모양이 다르다면 그 효능도 다르겠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사옵니까?”
그러자 의원은 제자에게 “울금은 맛이 쓰고 성질은 냉하며 어혈과 울체된 것을 풀고, 강황은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어혈과 기체(氣滯)로 인한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강황이 울금보다 약성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제자는 “울금과 강황을 사용하는데 있어 허증과 실증에 어떻게 적용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다.
의원은 “좋은 질문이다. 요즘 울금이든지 강황이나 봉아출이든지 몸에 좋다고 해서 아무 때나 함부로 달여 먹거나 가루 내서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약재는 기운이 강해서 몸이 약하거나 기운이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함부로 복용하면 안된다.”라고 했다.
의원은 이어서 말하기를 “울금은 주로 소화를 돕고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되고, 강황은 염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 두 약재 모두 훌륭하지만 구분해서 써야 효과가 있단다. 특히나 봉아출은 더더욱 성질이 맹렬해서 병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단다.”라고 했다.
실제로 울금이나 강황은 공통적인 부작용으로 기운이 너무 약한 경우에는 복용하면 안된다. 구체적으로는 소화불량이나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저혈압이 있거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량이 많은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이들 약초는 자궁 수축작용이 있어서 임산부는 섭취하면 안된다.
요즘 강황을 많이 복용하는데, 강황은 특히 소량에서는 냉증에 의한 복통을 진정시키고 소화를 돕고 면역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위장이 너무 약한 경우는 강황의 쓴맛과 매운맛이 소화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요즘도 강황과 울금이 서로 비슷해서 이름이 혼용되고 있다. 강황을 보고 울금이라고 하고 울금을 보고 강황이라고도 한다. 어디에서는 둘이 서로 같은 식물이라고 하고 또는 다른 곳에서는 다른 식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황과 울금은 같은 생강과로서 기원식물은 같지만 서로 다른 학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구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울금을 더 귀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강황의 노란색 색소인 커큐민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서 강황이 더 약용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요즘 시장에서는 울금을 가지고 강황이라고 우기면서 팔고 있다.
* 제목의 ○○은 ‘울금’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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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몽전(本草蒙筌)> 按, 鬱金, 薑黃兩藥, 實不同種, 鬱金味, 苦寒, 色赤, 類蟬肚圓尖, 薑黃味辛溫, 色黃, 似薑, 瓜圓大, 鬱金最少, 薑黃常多, 今市家惟取多者, 欺人. (살펴보건대, 울금과 강황의 두 가지 약은 실제로 같은 종류가 아니다. 울금은 성미가 쓰고 차며 적색이고 매미 배처럼 둥글고 뾰족하다. 강황은 성미가 맵고 따뜻하며 황색이고 생강이나 오이같이 둥글고 크다. 생산량은 울금은 매우 적고 강황은 항상 많으니 시장에서 울금을 유난히 많이 갖고 있는 상인들은 사람들 속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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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종신(本草從新)> 今市中所用者, 多是薑黃, 並有以蓬朮偽之者, 俱峻削性烈, 病挾虛者大忌. (시중에서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강황이다. 아울러 봉아출을 거짓으로 사용하는데, 모두 약성이 강렬하여 엄히 깎아내는 성질이 있으므로 허증을 낀 사람은 크게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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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비요(本草備要)> 鬱金, 體銳圓如蟬肚, 外黃內赤, 色鮮微香, 味苦帶甘者眞, 市人多以薑黃僞之. (울금은 모양이 예리하고 둥글며 매미의 배처럼 생겼고, 겉은 노랗고 속은 붉으며, 색이 선명하고 약간 향기가 나며, 맛은 쓴맛에 단맛이 섞여 있는 것이 진품이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종종 강황을 가지고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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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구진(本草求真)> 鬱金. 出川廣, 圓如蟬肚, 外黃內赤, 色鮮微香帶甘者真, 市人多以薑黃偽充. (울금은 사천과 광둥 지방에서 나며, 모양이 둥글고 매미의 배처럼 생겼다. 겉은 노랗고 속은 붉으며, 색이 선명하고 약간의 향기와 단맛이 있는 것이 진품이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종종 강황을 가지고 속여서 충당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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