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저지선 뚫고 관저진입·체포까지 7시간… 물리적 충돌 없었다 [윤 대통령 체포]

공조본, 12일만에 영장 재집행
철조망 자르고 사다리로 차벽 넘어
경호처, 1차와 달리 쉽게 길터줘
공조본 오전 10시33분 尹 체포
"공수처 해체" "우리가 이겼다"
보수·진보단체 한탄·환호 엇갈려

저지선 뚫고 관저진입·체포까지 7시간… 물리적 충돌 없었다 [윤 대통령 체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은 유혈사태 우려 속에 약 7시간 동안 긴박하게 진행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대통령경호처를 압도할 대규모 인력을 준비했으며, 경호처도 3중 차벽과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호처가 사실상 저항을 하지 않으면서 공수처와 경찰은 물리적 충돌 없이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이 모든 과정을 국민은 지켜봤다.

■전 국민이 지켜본 긴박한 체포작전

15일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 체포작전'은 오전 3시20분께부터 시작됐다. 밤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을 지킨 윤 대통령 탄핵·체포 찬반 집회 참가자가 60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경찰은 기동대 54개 부대, 3200여명을 투입해 현장관리에 들어갔다.

공수처 일부 검사와 수사관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정부과천청사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출발, 오전 4시20분께 관저 앞에 도착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5시10분께 경호처에 영장을 제시하고 집행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이들이 불응하자 바리케이드를 제거하고 관저 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경찰은 오전 7시께부터 철조망을 절단하고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를 보급했다. 경찰과 공수처는 30분 뒤 관저 출입문을 넘는 데 성공하면서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물꼬가 트이자 집행인력들은 관저 내부를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이들은 7시48분께 2차 저지선에 설치된 차벽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통과, 7시57분께 철문과 차벽이 쳐진 3차 저지선 앞에 도착했다. 이후 공수처 부장검사가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관저 내부로 들어가 영장 집행과 관련한 협상에 돌입했다.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이 약 2시간 동안 협상한 끝에 공수처는 오전 10시33분께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지 약 7시간, 1차 영장 집행 실패 이후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나서 경호차량에 탑승한 뒤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을 태운 경호차량은 오전 10시53분께 공수처에 도착, 외부인 출입이 차단된 건물 뒤쪽 출입구의 가림막시설 앞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곧바로 가림막시설을 거쳐 청사로 들어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입제한이 없는 앞쪽 문으로 출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포토라인을 설치해 뒀으나, 취재진을 피해 뒷문으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11시 공수처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시작됐다. 이후 약 2시간30분 만인 오후 1시30분에 오전 조사가 종료됐다. 첫 조사는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담당했다. 이후 2시40분부터 오후 조사가 재개됐다. 오후에는 이대환 부장검사가 조사를 맡았다.

오후 조사가 길어질 경우 심야조사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통상 오후 9시 이후 조사는 심야조사로 분류되는데, 1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는 등 조사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에서 심야조사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저지선 뚫고 관저진입·체포까지 7시간… 물리적 충돌 없었다 [윤 대통령 체포]

저지선 뚫고 관저진입·체포까지 7시간… 물리적 충돌 없었다 [윤 대통령 체포]


■극명하게 갈린 찬반집회 참가자

대통령 관저와 공수처 앞을 지키는 보수·진보단체에선 한탄과 환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보수단체는 '공수처와 경찰의 해체'를, 진보단체는 '이제 시작'이라고 각각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체포되자 보수 지지자들은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는 정부과천청사로 장소를 이동했다. 탄핵 반대집회를 주최한 신자유연대 추산 2만명이다.

이날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앞에서 만난 이모씨(60대)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데 대한 심경을 묻자 격노했다. 그는 "계엄은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라며 "국회와 법원, 경찰 등이 편향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보수 지지자들은 영하 10도 안팎을 기록한 한파에 패딩을 입고 모자를 쓴 채 대통령을 연호했다. 겉옷과 모자, 장갑 등에 '위헌적 탄핵 반대'와 '자유를 지킨다' 등의 문구를 새긴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보수 지지자는 "우리가 흥이 나야 윤 대통령을 구할 수 있다"며 "옷에 새길 정도로 우리의 마음이 절박하다"고 답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 고모씨(78)는 "윤 대통령은 애국시민들이 걱정할까 봐 마음을 쓰셔서 공수처에 자진 출두했다"며 "우리를 걱정한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면 진보단체는 체포 소식이 들린 후 관저 앞 집회를 해산했다. 공수처 앞엔 소수의 인원만 목격됐다.


진보단체 참가자들은 "드디어 우리가 이겼다"며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격려했다. 일부는 눈물을 보이며 "고생 끝에 얻은 결과"라고 외쳤다.

이날 자정부터 집회에 참가한 정재호씨(34)는 "윤 대통령 체포로 우리나라는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헌법재판소 판결 등 절차가 남았지만, 결국 탄핵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동규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