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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못잡는 LA산불에 속타는 국내 보험사들

美 진출 보험사 손실 규모 윤곽
DB손보 손실액 최대 600억 추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국내 보험사도 손실을 보게 됐다. DB손해보험이 최대 600억원, 코리안리는 200억원 수준의 피해가 예상된다. 심각한 가뭄 탓에 산불이 재발하거나 진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수 있다.

이번 산불이 기후위기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전통 보험과 달리, 강수량이나 기온 등 특정 기후 조건이 충족되면 사전에 정한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LA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대 500억~6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LA 7개 지역 중 DB손해보험이 인수한 물건은 팰리세이드 지역 3건, 이튼 지역 34건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손실 규모 산정은 어렵다"면서도 "산불위험도가 낮은 물건에 한해 인수하는 등 인수 가이드라인과 누적위험 관리로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009년 국내 보험사로서는 처음 캘리포니아 보험사업면허를 획득했다. 현재 해외 지점 13개를 운영하는 등 경쟁사 대비 해외 영업에 적극적이었다. 그만큼 해외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등에 따른 피해도 큰 측면이 있다. DB손해보험은 2023년 5월 괌에 불어닥친 태풍 마와르와 같은 해 8월 하와이 마우이에서 발생한 산불로 1억600만달러의 손해가 발생한 바 있다.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경우 LA 산불로 인한 추정 손실액을 대략 1000만∼1900만달러(146억∼278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자연재해 위험을 감안해 세밀한 누적(위험노출액) 관리를 통해 보수적인 보험인수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현대해상은 LA 인근 지역의 물건(4건)이 있지만 산불 피해 지역과 떨어져 있어 피해접수는 없는 상황이다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후변화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면서 지수형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지수형 상품을 도입할 경우 주택화재보험 상품 등에 '피난비용 보장 지수형 상품(특약)'을 도입하거나 대재해로 인한 사회기반시설 복구·구호비용 보장 상품을 도입하는 모델 등이 거론된다. '1시간 누적 50㎜ 이상' 등 극한호우의 '트리거'를 설정, 기후 취약주택 거주자가 긴급히 대피함으로써 발생하는 피난·구호비용 보장 차원에서 사전에 정한 금액을 계약자에 자동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복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이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자연현상을 기초로 하는 지수형 보험 취급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국내 첫 지수형 보험인 '항공기 지연보험'의 참조순보험요율을 산출해 보험사에 제공한 바 있다. 경기도는 오는 3월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시행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수형 보험이 도입될 경우 긴박한 자연재해 상황에서 전통적 손해사정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기후약자 및 지역사회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보상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