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업과 옛 신문광고] 옛 대우빌딩과 그룹 사옥들

[기업과 옛 신문광고] 옛 대우빌딩과 그룹 사옥들

지방 사람들이 서울역에 도착하면 맞은편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건물에 압도당하곤 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대우그룹 본사 건물이었던 옛 대우빌딩이다. 완공 초기에는 대우센터로 불렸고, 지금은 '서울스퀘어 빌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층수는 23층이지만 가로세로가 각각 100m에 가까운 정방형 건물로, 면적이 매우 넓다. 연면적으로는 한동안 국내 1위를 지킨 대형 건물이었다. 더 큰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거대한 옛 대우빌딩은 지금도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대우의 영화를 느끼게 할 만큼 육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중소기업 샐러리맨 출신인 고 김우중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무역업체 대우실업을 설립한 것은 1967년 3월이었다. 와이셔츠를 만들어 수출했고, 공장은 부산에 있었다. 김우중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대구사범학교 교장을 지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은사였다. 알게 모르게 대우에 박정희가 도움을 줬을 수도 있다. 김우중은 경기고 52회로 고건 전 국무총리,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등과 동기다.

대우빌딩이 있던 서울역 앞의 알짜배기 땅에는 원래 허름한 건물들이 있었고, 뒤쪽은 판자촌과 사창가가 즐비했던 곳이다. 정부는 이곳에 교통부와 철도청 등 교통 관련 정부기관들이 입주하는 지상 21층 규모의 종합교통센터를 짓기로 하고 1968년 착공했다. 그러다 4층까지 일부 완공해 사용했는데 1970년 큰불이 난 뒤 방치돼 있었다. 도심의 '흉물'이 된 건물을 급성장하던 대우가 1974년 인수해 2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 본사 건물로 썼다(조선일보 1976년 2월 19일자·사진).

1997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건물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금호아시아나에 이어 모건스탠리가 인수했지만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건물 값이 떨어지자 손절매했고,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거쳐 지금은 NH투자증권이 주인이 돼 있다.

짧은 기간에 한국의 4대 그룹으로 성장한 대우가 대규모 본사 건물을 지을 즈음 다른 그룹들도 몸집이 커지면서 번듯한 본사 사옥을 마련했다. 대구에서 출발한 삼성은 서울 태평로에 사옥을 지어 1976년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은 강남에 지은 새 본사 건물로 계열사들이 대부분 이전하고 삼성물산 등 일부 계열사들만 옛 본사 사옥에 남아 있다.

현대그룹도 1976년 1월 세종로에 16층짜리 새 사옥을 마련해 계열사들이 모였다. 지금은 리모델링된 이 건물에 현대해상화재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는 1983년 서울 종로구 계동에 지상 14층의 본관과 8층 별관을 건립, 사옥을 다시 옮겼다. 그러나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그룹이 쪼개졌고,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사옥으로 이전했다.

선경그룹(현 SK그룹) 본사는 서울 을지로에 있었다.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지었고 SKT 타워가 되었다. SK그룹은 서린동 낙지골목에 들어선 SK 서린빌딩에 1999년 입주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1967년 본사를 서울 을지로 한일을지빌딩으로 이전하면서 서울로 진출했던 금성사는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고 1987년 서울 여의도에 본사(LG 트윈타워) 사옥을 건설해 들어갔다.

한동안 롯데그룹 본사가 입주했던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서울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반도호텔이 있던 곳이다. 롯데호텔은 1979년 완공됐다. 현재 롯데그룹 본사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자리에는 일제강점기에 식산은행(현 산업은행)과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있었다. 산업은행은 여의도가 개발되면서 그곳으로 옮겨갔다.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총독부 도서관은 광복 후 국립중앙도서관이 되었다가 헐렸다. 그 뒤 국립중앙도서관은 남산을 거쳐 1988년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주차장에 가면 국립중앙도서관이 있던 곳임을 알려주는 표석을 발견할 수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