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안정 위해 기준금리 동결
정치 불안속 정책수단 제한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판단은 '환율 안정'과 '내수 부양'이라는 두 가지 정책적 목표 가운데 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두 가지 경제상황이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일단 환율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환율 불안이라는 급한 불을 끄자는 측면에서 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동결을 이해할 만한 대목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이번에 3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환율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미국과의 금리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져 국내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환율 외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정부는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다행히 2% 선에서 물가를 잡았지만 환율이 뛰면 어렵게 안정시킨 물가가 또 들썩일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환율 변수가 국내 탄핵정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아무리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해 물가와 환율 안정을 도모해 왔지만 국내 정치 리스크가 폭발하면서 정책수단이 무용지물이 돼버린 게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현주소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을 키우더니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 탄핵정국,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전망으로 1400원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기준금리까지 낮추면 1500원이 뚫릴 가능성까지 거론될 지경이다. 이와 관련, 금통위는 이날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리스크(위험)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과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적시했다. 이번 금리 동결이 정치적 외부 효과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환율 안정에 총력을 쏟다가 내수 부양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까 걱정이 된다. 금통위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내릴지 예의주시하는 부분 역시 모두 국내외 정치 리스크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금리 정책과 재정 정책 모두 꽁꽁 묶여 있다. 당장 경기대응 측면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국내 경제의 반등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1.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국불안이 촉발한 환율 리스크 때문에 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확장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집행한다지만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없다. 이에 연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여야 대치로 이마저 현실화될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정치권에서 경제 문제를 결자해지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 역시 국내 정치 상황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 리스크가 물가와 환율 그리고 저성장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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