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앞세워 첨단시장 공략
국내 제조업 생태계에 큰 영향
16일 인천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조인철 BYD 코리아 승용부문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글로벌 메이커로 급부상한 중국 자동차·전자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인데, 관련 산업과 내수에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석유화학·철강 등 원자재 물량 공세와는 달리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이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태계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인 중국 비야디(BYD)가 16일 승용차 4종을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는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여서 성능과 사양, 품질과 안전, 사후관리(AS) 등의 신뢰를 확보하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단순히 값싼 모방제품, 몇 번 쓰면 고장 나는 중국 브랜드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기버스는 BYD가 이미 한국에 1000여대를 팔아 상용화에 성공했다.
BYD에 이어 알리바바그룹이 투자한 샤오펑, 지리자동차그룹의 지커 등 다른 전기차 메이커들도 1~2년 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지만,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기업은 위기감이 커 보인다. 지난 15일 현대차그룹 싱크탱크 HMG경영연구원이 "BYD의 국내 진출을 경시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그런 것이다.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것처럼 BYD가 한국 소비자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인식이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BYD는 일본, 유럽의 전통 자동차 메이커를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대국 일본에서 지난해 2200여대를 팔아 도요타(2038대)를 제쳤고, 전 세계 시장에서 176만대를 팔아 테슬라(179만대)를 바짝 뒤쫓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현행 100% 관세를 10% 더 올리겠다고 밝힌 것이나 일본 2·3위 자동차 기업 혼다와 닛산의 통합 선언,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 등이 모두 'BYD 돌풍'의 후폭풍이다.
노동집약적 단순 범용제품을 생산해왔던 과거의 중국 기업들이 아니다. 자동차, 인공지능(AI), 스마트폰, 드론 등과 같이 많은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복합된 기술집약 첨단제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 '제조업 굴기'가 한국 기업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경쟁 시장이 같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 가전업체인 하이센스와 TCL이 전 세계 TV시장의 25%를 장악하며 삼성전자(18%), LG전자(11%) 턱밑까지 추격 중인 것이 이를 대변한다.
세계 1등 한국 기업들도 미래기술 개발과 혁신에서 뒤처지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높은 인건비와 부품조달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브랜드와 힘겨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는 자동차·가전 등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AI,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로 빠르게 확장할 것이다.
혁신적 기술과 품질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켜내야 한다. 더는 자만해서도, 얕잡아봐서도 안 된다. 정부도 중국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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