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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 지재권 분쟁 종결, 韓美 원전동맹 더 굳세지길

[fn사설] 원전 지재권 분쟁 종결, 韓美 원전동맹 더 굳세지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등 양국 관계자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형 원전(APR1400) 관련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양측은 지재권 갈등을 끝내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한·미 정부가 지난 8일 체결한 양국 간 원자력 수출·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겠다.

한·미 기업에서 국가 간 이슈로 불거졌던 지재권 분쟁 종결은 한국형 원전 수출에 큰 걸림돌이 해소됐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일이다. 올 3월에 있을 체코 원전 본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 수출에 지재권 문제로 계속 트집을 잡아왔다. 지난 9월 한수원이 프랑스를 제치고 20조원대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웨스팅하우스는 지재권 침해 소송과 이의를 잇따라 제기하며 발목을 잡았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측은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이번 협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유럽과 제3국 등의 원전 수출 시 공동·단독 진출 등을 정리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는 관측이 많다. 체코와의 본계약 성사를 위해 우리가 상당 수준 양보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타결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향후 잡음이 일거나 분쟁이 재연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한국형 원전은 안전성과 기술력, 정확한 공사 기간, 합리적 건설 비용 등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첫 수출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4기는 현재 성공적으로 가동 중이다. 사막과 기후 환경이 비슷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는 물론 폴란드, 루마니아,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한국형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원전은 설계·시공·운용 기술력과 제조·건설을 망라한 종합 산업이다. 터빈과 같은 주기기 및 각종 부품의 제조, 원전 시공과 운용, 후속처리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설계부터 운용까지 일체의 역량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불과하다.

원전은 국익과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하다. 통상 수조 수십조원에 이르는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수년에 걸쳐 국내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는 막대하다. 풍부한 전문 인력과 부품 제조 등 우리나라의 원전산업 생태계를 단단하게 키워가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원전 정책은 보수와 진보, 정권 이념에 따라 흔들려서도 안된다. 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됐고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등 후유증이 지금도 상당하다.

이번 지재권 문제 타결로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한미 간 공동 진출 등 여러 협력이 예상된다. 미국은 원전 설계 능력은 있으나, 한국의 원전 시공·운용 기술 없이는 독자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세계 많은 나라들이 다시 친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유리한 위치에서 우리가 수출과 시장 확대를 주도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원전 전문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복원과 활성화에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곧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양국이 윈윈하는 원전 수출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