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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걸림돌 걷어낸 'K-원전'…'한미 팀코러스' 세계시장 누빈다

수출 걸림돌 걷어낸 'K-원전'…'한미 팀코러스' 세계시장 누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경주본사. ⓒ News1 최창호 기자


수출 걸림돌 걷어낸 'K-원전'…'한미 팀코러스' 세계시장 누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2024.7.18/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나혜윤 기자 = 'K-원전'의 24조원 규모 체코원전 건설사업 수주와 나아가 세계무대 진출에 탄탄대로가 열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2년 넘게 원전 '원천 기술' 침해 여부를 두고 지식재산권 소송을 벌여온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을 끝내는 데 합의했다.

세계 원전산업을 이끌어 온 웨스팅하우스의 고도의 기술력에 원전업계 신흥 강자로 떠오른 K-원전이 손을 잡은 만큼 독보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오는 3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에 청신호가 켜진 데 더해 K-원전의 세계 진출도 탄력을 얻을 전망이다.

18일 한수원과 한전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간인 16일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지식재산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합의 내용은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큰 틀에서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일정 부분 일감을 제공하고, 향후 유럽이나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 시에도 공동 추진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원전산업을 이끌어 온 웨스팅하우스는 전 세계 443개 원전 중 약 50%를 설계·건설한 기업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세계적으로 원전 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다 2023년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와 캐나다 우라늄업체인 카메코에 인수됐다.

웨스팅하우스는 다년간 축적한 원전 분야 기술·경험을 자랑한다. 그러나 반복된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요 인력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원천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시공능력은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K-원전은 세계무대에서 높은 가격경쟁력과 시공능력, 뛰어난 기술력으로 평가 받는다. 업계에서는 K-원전의 최대 강점을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 within budget)'으로 꼽는다.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해낸다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뛰어난 안정성도 강점이다.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에 공급한 APR1400의 파생 모델로 출력을 1000㎿(메가와트)급으로 조정한 APR1000으로, 이번 체코 원전 건설사업에 도전장을 내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APR1000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안정성과 건설단가다. 건설단가가 9조 원 안팎인 APR1000은 15조~16조 원으로 예상되는 EDF의 EPR1200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앞선다는 평가다.

원전 기술력과 적기 시공 능력을 갖춘 양사가 협력함으로써 향후 'K-원전 세일즈'에도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 간 원전 동맹도 더 굳건해졌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에 최종 서명했다.

그간 산업부와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 국무부와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 확대를 위한 협의를 이어오며 '한미 원전 동맹(팀코러스, KOR+US)'을 강조해 왔다.

양국은 MOU를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최고 수준의 비확산과 원자력 안전, 안전조치·핵안보 기준을 유지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3국으로의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양사 간 분쟁 타결도 양국 정부의 이 같은 확고한 '원전 동맹' 기조 속 이뤄낸 결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수원 황주호 사장은 "이번 합의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그간의 원전 지재권 관련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을 무대로 양국 기업 간 활발한 협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합의는 양 당사자가 신규 원자로 추진 및 배치를 확실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한다"라면서 "아울러 양사 간 미래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패트릭 프래그만(Patric Fragman) 웨스팅하우스 대표이사는 "웨스팅하우스는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한전 및 한수원과의 합의에 도달하게 돼 기쁘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기저부하 전력을 요구함에 따라 우리는 훨씬 더 큰 규모로 원자력을 배치하기 위한 협력 기회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