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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의 무덤" LG, 12년 만에 日세탁기 시장 재도전

고가 제품 시험 판매로 "수요 있다" 자신감
AI 탑재한 드럼세탁기로 현지 업체와 차별화
향후 냉장고 등 백색가전 라인업 확대

"외산의 무덤" LG, 12년 만에 日세탁기 시장 재도전
지난 2019년 12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도쿄=김경민 특파원】 LG전자가 일본 백색가전 시장에 재진출한다. 2013년 이후 중단됐던 일본 내 세탁기 판매를 재개하는 것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국 제품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LG전자의 재도전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LG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50만엔(약 466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세탁기 모델을 일본 시장에 시험 판매했다. 이를 통해 건조 기능을 갖춘 고급 세탁기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하면서 본격적인 재진출을 결정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드럼 세탁기를 일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세탁기는 센서를 통해 세탁물의 무게와 재질을 분석해 의류 손상을 최소화하고 세탁세탁 방법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게 특징이다.

LG전자는 현재 일본 TV 시장에서는 약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2024년 1·4분기 일본 OLED TV 시장에서 1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 '프리미엄 TV는 국산(일본 제품)'이라는 오랜 인식을 깨고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LG전자의 기술력과 제품 품질이 점점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LG전자는 세탁기 재진출에 이어 일본 시장에서 본격적인 제품 라인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냉장고와 같은 프리미엄 가전 제품의 출시를 통해 일본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소비자들의 고급 가전에 대한 수요 증가와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번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가전 시장은 전통적으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외산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외국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하이센스는 올 봄 드럼 세탁건조기, 대형 냉장고 등의 제품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판매한다. 드럼형 세탁건조기는 약 20만엔 안팎의 가격대를 예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몇만엔 수준의 저가 제품이 중심이었다.

또 중국 하이얼은 올해 인터넷 연결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을, 내년에는 드럼형 세탁건조기를 일본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자회사 '아쿠아'를 통해 산요전기의 백색가전 사업을 계승한 제품만 판매해왔다.

일본 세탁기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22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자동(통돌이) 세탁기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히타치,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본에서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세탁기를 비롯해 일본 가전 판매 품목 확대를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